등산 인구가 예전에 비해 현저히 증가하고 이에 따라 약수를 이용하는 등산객 수도 늘고 있다.

등산을 하다가 갈증이 나면 물이 먹고 싶은데 가져온 생수가 바닥난 경우 잠시 고민스러워진다. 약수를 발견하기는 했으나 수질검사성적표가 붙어있지 않는 경우 되도록 갈증을 참는 것이 좋겠지만 심한 갈증을 느낄 때는 어쩔 수 없이 약수를 마시게 되고 간혹 이로 인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약수의 수질평가항목에는 일반세균을 포함한 대장균의 정도, 기생충 검사 및 분변의 오염도를 평가하는 암모니아성 질소함량, 퇴비 과다사용에 의한 질산성 질소함량, 수은이나 카드늄, 비소와 같은 유해 중금속 함량 등이 포함된다.

구제역 매몰지가 있는 곳에 가까운 약수터의 경우 침출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아무리 깨끗한 계곡에서 흐르는 약수라도 수질평가표가 없는 약수는 마시지 않는 편이 좋다. 간혹 스파루가눔이나 이질아메바와 같은 기생충에 오염이 되어있는 경우가 있다.

스파루가눔은 뱀이나 개구리를 생식할 때 감염되지만 스파루가눔이 감염된 물벼룩이 사는 계곡물을 무심결에 먹고 감염이 될 수도 있다.

스파루가눔은 인체의 모든 장기조직에 침투할 수 있고 감염 후 수십 년 후에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그 중 뇌 조직에 기생충이 침투한 경우 심각한 두통이나 발작, 뇌경색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수술적 제거만이 치료법이다.

이질아메바에 오염된 물을 먹은 경우 가벼운 구역나 구토에서부터 고열, 복통, 점액질이나 혈변이 섞이는 설사와 같은 심한 장염 증상이 생길 수 있고 대장에 있는 이질아메바가 간으로 이동해 간농양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치료법은 수분공급 및 항생제치료이다.

농가에서 버려지는 농약병이나 제초제, 야산에 불법 매립되는 산업쓰레기, 도시화에 의한 수질과 토양의 오염으로 인해 지하수와 약수의 수원이 오염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비가 많이 온 후 먹는 약수는 빗물을 그대로 먹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삼가야 한다.

깊은 산이라도 석회성 성분이 녹아 인체에 유해할 수 있으므로 맑고 깨끗한 암반수 물이라고 마냥 안심할 수 없고 항상 수질평가 성적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가능한 한 약수를 끓여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노후화된 약수 파이프는 교체하고 물 저장탱크의 위생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약수터의 배수를 원활히 하고 쓰레기를 없애 세균번식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약수터 수도꼭지의 정기적인 교환은 필수며, 공동으로 사용하는 약수 컵의 철저한 소독도 중요하다. 약수터 컵이나 바가지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개인용 물병을 휴대하는 것이 좋다.

약수터에서 물을 먹은 후 다시 뱉는다거나 침을 뱉는 행위는 절대 삼가야 한다. 질병을 치료한다는 의미를 지닌 귀한 물인 ‘약수’를 깨끗이 보존하는 노력을 해야 하며, 무분별한 지하수개발로 어디서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약수의 상태를 살핀 뒤 골라 마시는 지혜가 필요하다.

〈손영해 세계로365병원 소화기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