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 하나가 생각난다. 어느 랍비가 오후 낮잠을 자고 난 뒤 집 베란다에 나와 기지개를 펴며 바람을 쐬고 있을 때 아래 담벼락에서 두럭두럭하는 소리가 들려 왔었다. 랍비는 아래를 내려다보니 한 거지가 등을 돌담벽에 문지르며 가려운 데를 긁고 있었다. 자세히 내려다보니 거지는 남루한 옷을 걸치고 있었고 몇 달 동안 목욕을 하지 못한 사람처럼 추하게 보였다. 랍비는 거지를 불쌍히 여겨 집으로 데리고 와서 목욕을 시키고 새 옷을 갈아 입히고 밥도 먹여 돌려보냈다.

그 다음날 오후에도 랍비가 베란다에 나가 있으니까 또다시 담벼락에서 두럭두럭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어제보다 더 큰 소리였다. 거지들이 와서 돌담벼락에 등을 문지르고 있었다. 하나는 남자이고 다른 이는 여자인데 부부처럼 보였다. 둘은 돌담에 등을 문지르면서 힐금힐금 위를 쳐다보고 있었다.

랍비는 얼른 빗자루를 들고 나가 두 거지를 내쫓고 말았다. 두 거지는 도망치면서 항의하기를 “어제 거지에게는 목욕도 시켜주고 새 옷도 음식도 주었는데 왜 우리는 이처럼 박대하느냐”고 했다.

이때 랍비는 “어제 거지는 홀아비이기 때문에 누가 등을 문질러 줄 사람이 없어서 우리집 담벼락에 등을 비볐지만 너희는 부부가 아니냐. 서로 등을 문질러주면 되지 왜 남의 집 담장에 와서 시끄럽게 하느냐”고 꾸짖었다.

이 이야기에서 가르쳐 주는 교훈은 둘 이상이 모이면 사랑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둘 이상이 모이면 서로 사랑하기보다는 서로 비난하고 비판한다. 서로 이해하고 존중히 여기고 섬기려는 자세가 결핍되어 있다. 그러니 우리 사회가 점점 메말라가고 있지 않은가! 비단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같은 현상이 생기고 있다.

요한 1서의 말씀을 보면 하나님은 사랑이라 하셨다. 하나님의 백성은 사랑의 백성이다. 사랑을 위해 부름 받은 거룩한 백성들이다.

한국교회는 무엇보다도 먼저 사랑을 회복해가는 교회가 되어야 하겠다. 사랑은 이해하는 것이다. 이해란 내 편에서 상대편을 생각해 주는 마음이 아니다. 상대편 입장에 나 자신을 헤아려볼 때 진정한 이해를 나눌 수 있다.

미국의 작가 오헨리가 쓴 단편 중에 ‘강도와 신경통’이 있다. 강도가 어느 집 담장을 넘어들어가 안방에 잠자고 있던 주인을 깨워 권총으로 위협하였다. “두 손 들어!”

집주인은 벌벌 떨면서 왼손을 겨우 들었다. 강도는 권총을 더욱 가까이 대면서 “오른손마저 들어!” 주인은 오른손을 들지 못한 채 공포에 질려있었다. 강도는 더 큰 소리로 “오른손 들어!” 이때 강도는 ‘제기랄 나도 한쪽 팔에 신경통이 있어서 직장도 못 구하고 이 짓하고 있는데’ 하면서 신경통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신경통증상, 치료방법, 필요한 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주인은 두려움을 잃고 강도는 훔칠 생각을 잊은 채 한밤을 보내다 새벽 여명에 슬그머니 집을 빠져나가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강도와 집주인은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서로 이해하다 보니 원수가 친구가 된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우리 사회는 서로 이해하는 마음이 부족하다. 서로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자기 주장만 하고 상대를 매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대립과 갈등이 끊이질 않고 분열과 싸움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서로 이해하는 정신을 키워가야 하겠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실 때 하늘에서 지상에 있는 인간을 멀찍이 바라보고 사랑하신 것이 아니고 직접 인간의 모습으로 오셔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겪으시면서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하셨다. 이해의 정신이 우리 가운데 형성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 분출되고 있는 세대간, 노사간, 계층간, 지역간, 나아가서 남북간의 갈등도 능히 극복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김재영 광주성안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