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 참 미남이십니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교장실 앞 복도청소를 하다말고 내게 불쑥 말을 건넸다.

“그래? 너도 참 미남이구나.”

갑작스런 일이라서 엉겁결에 나온 대답이었다.

“봐라, 역시 미남은 미남을 알아보지 않니?”

기다렸다는 듯이 어린 학생은 친구들에게 의기양양하게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날 나는 잠시나마 깊은 생각에 잠겼다. 교장에게도 서슴없이 의사표현을 하는 요즘 학생들의 야무진 태도하며, 누구나 자기를 나타내고 싶은 욕구,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은 학생을 먼저 인정해주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믿음을 재확인하였다. 상대방을 인정하는 말 한마디가 그 인생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사람들 앞에 나서기 주저할 정도로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때 떠밀려 학급 대표로 교내 웅변대회에 나간 적이 있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널찍한 운동장 구령대 위에 섰다. 상은 받지 못했으나 청중을 휘어잡는 힘이 있다는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가 살아오면서 다부진 꿈을 갖게 해주었다.

어린 학생들도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데 성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한 번은 허름한 옷차림의 할머니가 춘란을 팔러 교장실까지 들렸다. 할머니에게 잠시 쉬시라며 차 한 잔을 권했더니 과분한 배려라며 사양하면서도 무척 밝은 표정을 지었다. 사람은 누구나 ‘나는 인정받고 싶다’ 라는 보이지 않는 목걸이를 메고 사는 것이라 여겨진다. 대인관계에서 상대방의 목걸이를 의식하면서 행동한다면 누구나 인간대접 받는 멋진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고래뿐만 아니다. 사람도 칭찬과 격려를 통해 신바람이 나면 많은 에너지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칭찬에 너무 인색한 것은 아닐까. 예로부터 체면이나 형식을 중요시하는 유교문화에 길들여진 탓도 있으리라. 어려서부터 칭찬을 받고 자란 사람이 칭찬을 잘하듯이 몸에 배어 있지 않으면 칭찬하는 일이 낯 간지럽고 쑥스러울 수 있다.

차츰 칭찬 감각이 무디어 가는 나를 발견하곤 스스로 놀랄 때가 더러 있다. 상대방의 나에 대한 배려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역시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대학을 갓 졸업하고 젊은 혈기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덤벙대던 지난날도 있었다. 잘한 일을 찾아내어 칭찬해주는 ‘고래반응’은커녕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조그만 잘못에도 버럭 화를 냈던 일들이 돌이켜보면 부끄러워진다.

이제부터라도 상대를 소중한 존재로 인정해 주다 보면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나이를 앞세우지 않고 익숙해질 때까지 칭찬연습을 하며 살자고 다짐해 본다. 너나 할 것 없이 상대방의 장점을 찾아 칭찬해주는 그런 살맛나는 세상이 그립다.

〈송민석 수필가·UNIST 입학사정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