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초 제주도(다미안회)에서 200명이 넘는 인원이 소록도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쳤습니다. 봉사팀 규모로 보면 그리 놀랄만한 숫자는 아니지만, 이번 팀들이 특색 있었던 것은 구성원들이 비슷한 연령대나 동아리 등 같은 취미나 같은 성격의 모임이 아니라, 초등학생부터 나이 많은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숫자가 만만찮은지라 병원 복지회관(작은 실내체육관)에 모기장을 치고 칸을 나눠 만든 임시숙소에서 3박4일을 지냈는데 날씨는 후텁지근하고 여러모로 불편했을 텐데 이런 일정을 매년 여름마다 27년 동안이나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은 ‘놀람’의 차원을 넘어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게 하였습니다.

팀들이 봉사활동을 펼치는 첫날은 일기가 고르지 못했습니다. 거센 바람과 호우주의보까지 내려진 상황, 아침 미사 때 이런 말씀으로 위로했습니다.

“아마도 하느님은 제주도에서 오신 분들의 마음, 정성도 잘 아시지만 소록도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어르신들의 마음을 조금 더 잘 헤아려주시는 것 같다. 바로 어제까지 땡볕이 내리쫴서 봉사하러 오신 분들 고생할까 염려하는 어르신들의 마음, 기도를 헤아리셔서 비바람을 통해 바깥에서 땀흘리며 힘든 일 도와주는 것도 값진 봉사지만 실내에서 같이 이야기 나누고, 말씀 들어주는 일, 위로가 필요한 부분에 위로의 말씀을 건네는 일은 더욱더 값진 봉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오신 분들도 많았지만 워낙 뛰어난 봉사자들이 팀마다 자리하고 있어서 고르지 못한 일기가 팀들에게는 커다란 장애가 되지는 못했나 봅니다. 마지막 저녁 식사 후에 평가회를 하는데, 여러 가지 체험 이야기들이 이미 익숙(?)해지려는 소록도에서의 나의 삶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그 가운데 아름다운 장면 하나 소개해드립니다.

엄마와 아이들이 한 가정에 배정을 받아, 그곳에 가서 방청소도 도와 드리고 이야기도 같이 나누고 하는데, 공동식사 시간이 지나서 아이들이 할아버지에게 라면 끓여달라고 해서 먹고, 손자 같은 아이들 더울까 에어컨 틀어주셨는데 온도가 낮았던지 추워서 아이들이 할아버지 이불 속에 들어가 있다가 잠들었다고…. 어른들보다도 아무 거리낌없이 친해지는 아이들을 보면서 엄마로서 아이들에게서 배우는 게 많았다고 했습니다.

어떤 때는 좋은 의도지만 상대방의 입장이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나의 행동이 상대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때는 앞의 아이들처럼 돕는다는 의식 이전에, 내가 뭔가를 준다는 의식 이전에, 마음과 마음이 가닿아서 우리 사이를 더욱더 따뜻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낮에는 아직도 상당히 덥습니다. 그래도 밤 시간으로 들어서면 이불을 끌어당기는 손길을 통해 가을이 성큼 가까이 와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건강에 조금 신경 써야 하는 시간 같습니다.

〈서달원 고흥소록도 성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