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 아침에 첫 순서로 검사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환자가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내시경소독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당일 아침 처음 사용하는 내시경으로 검사를 받아야 안심이 된다는 것이다.

정말 내시경은 맨 처음 순서로 검사를 받아야 하나? 그렇지 않다. 내시경장비와 검사에 쓰인 부속기구 및 처치기구들은 내시경 후 즉시 소독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내시경검사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철저하게 소독되고 관리된 장비, 내시경을 시행하는 의사의 숙련도, 전문화된 내시경실 간호인력이다. 고가의 최신 기능을 탑재한 내시경만으로 결코 양질의 검사를 받았다고 할 수 없다. 숙련된 의사가 꼼꼼히 내장을 관찰하여 조기병변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고, 하나의 내시경으로 여러 사람을 검사해야 하기 때문에 철저히 소독하지 않으면 내시경을 통한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환자는 내시경 검사 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질환에 대해 숨김없이 말해 의료진에게 사전정보를 주어야 하고 의료진 역시 환자의 병력을 세밀히 파악하여야 한다. 활동성 폐결핵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항결핵제를 복용하여 활동성이 없어진 후 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한다. 급성 A형간염 환자 역시 완치 후 내시경을 받아야 한다.

위내시경은 구강, 식도, 위, 십이지장을 검사한다. 검사 후 내시경에는 다량의 침이나 위액과 같은 분비물과 위장관과 호흡기에 살고 있는 세균이 묻게 된다. 대장내시경은 항문을 통해 내시경이 삽입되고 검사 후 내시경은 분변과 여러 종류의 장내 세균이 묻게 된다. 검사가 끝남과 동시에 내시경을 그 자리에서 바로 닦아 내시경 바깥에 묻어있는 이물을 제거하고 내시경 안쪽의 오염물질은 세정제를 흡입하여 깨끗이 제거해야한다. 다음 순서로 검사실과 분리된 세척실로 기구를 옮겨 본격적인 세척, 소독, 헹굼, 건조의 과정을 거친 후 비로소 다른 환자에게 사용가능하다.

조직검사를 시행할 때 조직채취과정에서 미세 출혈이 발생하므로 혈액을 통해 전파될 수 있는 B형, C형 간염, 성병, AIDS바이러스를 염두에 둬 내시경 검사에 사용되는 부속기구들 역시 검사 후 바로 소독해야 하고 일회용 부속기구를 사용하는 것도 권장된다.

병원마다 통일된 소독을 위해 정부는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 위탁을 하여 내시경 소독지침을 마련하고, 3년 전부터 내시경검진기관에 대한 현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대한 소화기 내시경학회에서 마련한 소독지침에 따라 잘 소독한다면 언급된 우려 사항이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국가암검진사업의 확대로 내시경 시행건수는 과거에 비해 월등히 증가하고 있다. 그에 걸맞은 올바른 내시경검사의 시행과 내시경소독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내시경 소독액이나 소독 행위에 대한 의료수가는 현재까지 정해져 있지 않다. 정부의 내시경소독에 대한 의료수가인정과 일선 병의원에서의 소독에 대한 시설과 인력 투자 및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세계로365병원 내과 손영해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