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 50년 동안 모든 분야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경제적으로는 중진국의 대열을 넘어 선진국의 문턱에 와있다.

한 해 수출입 무역이 1조 달러를 넘는 세계의 10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이는 온 국민이 한마음 한 뜻으로 뭉쳐 국가 발전에 노력한 덕분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 보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를 튼튼히 하고 부족한 면을 보충하고 시스템과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본인은 의료인으로서 우리 의료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생각해 볼 때에 만감이 교차하면서 자부심과 더불어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4∼50년 전에는 지금은 쉽게 치료될 수 있는 각종 암이나 질환으로 인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도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의료인들은 선진화된 의학과 의료 기술을 밤잠을 세워가며 배우고, 선진국의 의학연수 등을 통해 의료발전에 노력한 결과 이제는 대부분의 의료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암 수술 및 치료 및 장기이식 수술 등은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선진 복지국가와 세계최고 수준의 의료를 유지 및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의료인들의 역할이 중심이 되고 불필요한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의료비 부담이 소득의 15% 정도를 상회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국민 소득의 5∼6%에 머물러 있다.

그로 인해 우리 의료계는 유능한 의료인의 계속적인 양성과 새로운 의학 연구 등에 있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노벨 의학상을 받아야 할 정도의 뒷받침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의료의 수준과 장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재투자가 필요 하지만 투자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타깝기 이를 때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의료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저수가 일변도의 국가 정책으로 의료 발전이 저해되고 세계적인 흐름에 뒤떨어진다면 우리 의료는 10년, 20년 후 후퇴하고 말 것이다.

최근 정치권 일부에서 무상의료 문제를 제기해 내년 선거 때 공약으로 할 가능성이 많다. 이 문제는 국가 어느 정책보다도 신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에 해야 한다.

무상의료 문제는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 문제와 고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다른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폭발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 의료계의 추산으로는 현재까지의 노인의료비의 증가 속도를 추정해볼진대 10년, 20년 후 의료비 지출은 지금보다 5배 이상 증가되리라 추정된다. 이런 문제는 어떤 국가도 어떤 정책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낭비적이고 소모적인 의료를 부추기는 정책보다는 누구나가 꼭 필요한 만큼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가 백년대계의 의료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어느 특정 정파의 문제가 아닌 국가 운명에 관계된 문제가 될 것이다. 아쉬운 것은 의료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서 가장 중심에서 정책을 입안해야 할 의료인들이 배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심히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한번 잘못 세운 정책은 변경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그로 인한 결과는 후손에게 나타날 것이므로 더욱더 신중한 정책입안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노벨의학상을 받는 많은 의학자들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모든 국민들이 소외됨 없이 적정하고 최고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

〈허정 에덴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