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에는 두 가지 동물이 등장한다. 호랑이와 곰이 그것이다. 이 두 동물은 환웅에게 찾아와 인간이 되기를 간청하였고, 환웅은 인간이 되는 방법으로 쑥과 마늘을 주며, “이것을 먹으며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고 인내하면 인간이 될 것”이라 했다. 호랑이는 며칠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간 반면 곰은 성공하여 인간, 그것도 여성으로 변신하게 되었다. 여성으로 변한 웅녀는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신 환웅과 동침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그분이 바로 우리 민족의 시조이신 단군왕검이시다. 오늘 내가 쓰고 싶은 내용은 지금 우리들의 시대에서 바라본 호랑이와 곰에 대한 시각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스스로 곰과 같은 처지의 젊은이들로 넘쳐나고 있다. 쑥과 마늘을 먹으며 햇빛을 보지 않고 버티기만 하면 인간이 될 것이고 그렇게만 된다면 새로운 세상에서 정말 멋지게 살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 그런 곰과 같은 꿈을 꾸는 젊은이들이다.

대학가를 보면 사법고시나 행정고시를 필두로 각종 고시를 준비하거나 의학전문대학원, 치과전문대학원, 그리고 최근에는 약학전문대학원으로 진출하여 전문면허증을 획득해서 경제적으로 좀 더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받으려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다. 이들이 모두 곰과 같은 처지인데 필자의 눈에는 안타깝게 비친다.

지금으로부터 사천 수백 년 전으로 돌아가서, 웅녀가 된 곰과 성질대로 뛰쳐나간 호랑이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웅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지만 그녀가 왕비가 되어 호의호식했다는 얘기가 없는 것을 보면 여인의 삶을 살아갔을 것이고 과연 인간이 된 이후의 삶과 곰이었을 때의 삶을 비교하여 봤을 때 인간이 되고 나서 정말 더 행복했을까? 필자는 그러지 않을 것 같다. 인간의 삶 또한 살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자식과 가정을 꾸리고 온갖 풍파를 헤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기에 곰의 그것과 별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호랑이의 운명은 달랐을 것이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동물의 왕으로서 천하를 호령하며 살았을 것이다. 시베리아 호랑이의 영역은 415제곱킬로미터라고 하니 그 넓은 영역에서 정말 떵떵거리며 살았을 것이다. 호랑이가 만약 곰과 같이 변신에 성공하였다면 평범한 인간이 된 것이 후회되지 않았을까? 인간 세상이 시시하고 답답했을 것이다.

필자가 장황하게 곰과 호랑이의 과거를 들춰낸 것은 다름이 아니라, 곰이 인간을 동경하여 변신을 꾀했지만 그 삶 또한 별반 곰과 다름이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천신만고 끝에 변신에 성공하였다 하더라도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들만의 경쟁에서 앞서나가야 하는 것이며 의사나 약사가 되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성공과 실패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빌게이츠나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처럼 조그마한 창고에서 엄청난 성공에 대해 현재의 모습으로 도전하는, 호랑이와 같은 삶을 추구할 것을 젊은이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임명재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