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동체 기도모임에서 가을 나들이(성지순례)를 계획해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아랫마을(2번지 환우 공동체) 식구들은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한두 차례 다녀오는 야외 나들이도 멀리 갈 수는 없고 거리, 일정을 짧고 단순하게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건강이 그래도 좋으신 분들은 조금 멀리 가봤으면 하는 말씀도 하시지만, 거동이 불편한 다른 분들 생각해서 주장을 강하게 펴지는 않습니다.

이번 나들이는 버스 2대로 나주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바깥나들이에 마음이 들뜨셨는지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순례지 둘러보고 나서 오는 길목에 장흥 토요시장 구경에 나섰습니다. 버스를 천변 주차장에 세워두고, 우르르 몰려가 시장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필요한 몇 가지 물건들을 고르고 했습니다.

매주 공연 마당이 마련되는지, 공연장 한편에 서서 공연을 구경하시는 분들도 있고, 삼삼오오 시원한 막걸리 한 잔 드신다며 막걸릿집에 들어가신 신자분들이 들어오라고 손짓으로 부릅니다. 땅콩 샀다며 집에 가 먹으라고 비닐봉지를 내미는 신자분들 마음에 배가 불렀습니다.

그런데 출발 시각에 일이 터졌습니다. 주차장에서 거리가 멀지 않았고, 단체로 이동하는 길이라서 별일 있을까 싶었는데, 출발 시각이 되어 인원점검을 해보니 한 분이 안 계셨습니다. ‘성자 청소부’ 할아버지! 연세가 있으셔서 간혹 정신이 흐리시지만 그래도 낮 시간에는 누가 보든 안보든, 성당 이곳저곳을 빗자루 들고 쓸고 계시는 분. 다른 때는 나들이에 따라나선 적이 없었다는데 이번 여행에 따라와서 길을 잃은 것입니다.

‘어째 이런 일이?!’ 시장 구경 중이시겠지! 금방 오시겠지! 하며 몇몇 분이 찾았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아차! 큰일이다.’ 그때부터 1시간이 넘도록 신자분들이 몰려가 시장을 몇 바퀴, 돌고 또 돌고. 이동거리를 넓혀서 읍내까지, 가게마다 들어가서 혹시 못 봤느냐 물었지만 감감무소식. 심지어 물가까지 마음 졸이며 찾다가 끝내 경찰에 실종 신고를 냈습니다.

마침 운동 나오셨던 지역 신부님까지 나서서 찾는다고 이리저리 연락해 주셨는데…. 한참이 지난 후에 찾았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혼자서 이곳저곳 구경하시다 길을 잃어 소록도 찾아간다고 한없이 걸어가고 계시는 걸, 순찰에 나섰던 경찰차가 읍에서 한참 떨어진 외곽지역을 순찰하다가 찾아 모시고 온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걱정도 많이 하고 속도 많이 상했지만, 그분을 맞아주는 신자분들의 반응은 감동이었습니다. 노심초사 걱정하며 다리 아픈 것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나섰던 신자분들이 푸념 한마디 없이 경찰차에서 내리는 할아버지를 보고 박수를 보내준 것입니다.

‘아! 같이 산다는 건 이런 것이구나!’ 같이 살다 보면 때로 기쁨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걱정과 속상함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존재! 소록도 교우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일 것인데, 그때 우리는 상대를 어떻게 대할까? 지적하고 나무라는 일도 경우에 따라 필요하겠지만, 때로는 말없이 기다려주는 것. 부족해도 격려하고 응원하는 일. 그것이 우리 삶을 더 따뜻하게 하는 게 아닐까?

〈서달원 고흥 소록도성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