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도가니에 빠져 있다. 영화 도가니의 개봉 이후 수많은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 영화는 흥행을 하게 되었고 영화를 본 국민들은 하나같이 눈물과 함께 경악을 금치 못했다.

쉽게 가라앉지 않고 이어지는 국민들의 분노와 슬픔의 촛불이 어두운 도시를 환하게 밝히며 그동안 시종일관 방치해왔던 관련 행정관청을 향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천막농성과, 서명전이 진행되고 있다.

전례 없는 이변이다. 장애인 인권이 화두가 되어 조명을 받고 이처럼 사회적 관심을 뜨겁게 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필자는 소설 도가니를 읽고 먹먹했던 가슴이, 영화시사회 참석 이후엔 한동안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다. 그것은 2005년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근무 당시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접하면서 나를 불편하게 하였던 진실과 이후 인화대책위 활동을 통해 아무도 귀기울여 주지 않는 채 흐지부지 되고 말았던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겪은 탓일까.

도가니에 빠져있는 지금, 우리가 더 깊이 관심을 가지고 돌보아야 하는 이들이 있다. 당시 피해로 인해 두려움과 상처를 안고 고통스러워 할 피해자들이다. 조금씩 새살 돋고 있을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심신의 안정과 치유에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때이다.

이제 7년이 지난 통탄의 도가니가 책과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장애인 인권의 실상을 알려내어 생활시설의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면서 사회적 변혁에 대해 국민들은 열망하고 있다.

현재 천막농성장은 광천터미널 앞으로 옮겨졌고, 연대 단체들이 주야로 천막을 지키며,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50년 이상의 족벌운영과 성폭력, 부당노동행위, 가짜 졸업장으로 수많은 장애인의 삶을 짓밟은 ‘우석 법인’ 완전 해체가 되는 날까지!

그리고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 내에서의 (성)폭력, 보조금 횡령, 인권침해 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복지사업법’ 전면 개정이 되는 그날까지! 계속 될 것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로 참여를 통한 공감대 형성은 연대를 끌어내어 연대의 결속력으로 반드시 이 사회 정의가 살아있음을, 정의가 승리한다는 진실을 함께 만들어 가기를 희망한다.

장애인 인권은, 장애인에게만 특별한 권리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인간도 마땅히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기본적 권리를 가진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며, 개인이 갖는 특성에 맞추어 보편적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구체적 지원을 하는 것이 복지제도의 역할이자 책무이다.

국제적으로도 인정한 인권의 도시 광주의 현재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성의 기회로 삼고 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보장하는 적극적인 실천으로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서미정 (사)광주장애인가족복지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