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클턴의 ‘서바이벌 리더십’이라는 책에 보면 배 한 척이 나오는데, 그 배는 바로 섀클턴이 27명의 대원들을 데리고 남극을 탐험하기 위하여 탔던 ‘앤디오런스’이다.

거기에 보면 배가 남극을 횡단하지 못하고 중도에 얼음 사이에 갇혀 꽁꽁 얼어붙어서 침몰해버리고, 28명이 2년간에 걸쳐 보트로 생활한 것이 다 기록되어 있다. 불가능한 상황에서, 얼음 구덩이에서 어떻게 그들이 다시 살아올 수 있었는가? 거기에는 한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바로 위대한 지도자 섀클턴이다. 학자들이 그를 연구했다. 어떻게 그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궁금했다.

여러 가지 가운데 섀클턴은 비전이 있는 지도자였다는 주장이 유력하다. 사람들에게 꿈을 주는 지도자였다. ‘이리로 가면 살 수 있다’고 용기를 주는 지도자였다. 자기 몫만 챙기는 지도자가 아니라 대원들을 위하여 희생하는 지도자였다.

어느 날 노를 저어 가는데 대원 중에 장갑을 잃어버린 대원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장갑을 서슴지 않고 벗어 주었다. 자기는 동상이 걸려도 대원들을 사랑하는 그런 훌륭한 지도자였다. 때로는 대원들이 비스킷 8분의 1조각을 가지고 싸우고 있을 때 자기가 가지고 있던 비스킷 한 조각을 대원들에게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 섀클턴의 지도력 때문에 27명의 사람이 한 명도 죽지 않고 2년 만에 추위를 피하여 귀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누구인가? 스콧이라는 탐험대장이다. 그도 남극점을 정복하기 위해서 대원들과 함께 갔다. 그러나 그는 섀클턴과 좀 다른 지도자였다.

그는 대원을 뽑을 때부터 영국 황실 사관학교를 졸업한 우수한 인재들만 뽑았다. 시시한 사람들은 다 팽개치고 우수한 사람만 뽑았다. 그뿐 아니라 항상 상하 관계를 분명히 했다. 위에서 명령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 남극의 얼음 더미 속에서도 아침마다 조회를 했다. 대원들이 동상에 걸려도 그것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손 검사를 하고 또 하던 그런 지도자였다. 그뿐 아니다. 꽁꽁 얼어붙은 갑판을 닦으라고 명령을 하던 그런 지도자였다. 그의 지도로 대원들은 모두 남극의 얼음 더미 위에서 죽어 갔다.

지도력은 한 단체와 한 기관의 성장과 발전을 좌우하는 열쇠이다.

지도자와 지도력의 관계는 불가분리의 관계로 지도자가 되었기 때문에 지도력을 가져야 한다기보다 지도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지도자로 추대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도력이 없이는 설령 지도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직무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지도자에게 있어서 지도력은 이처럼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그러면 지도자가 지녀야 할 지도력은 어떤 것인가?

창조적인 삶은 항상 꿈에서 움튼다. 비전이 있는 사람을 통해서 역사는 이루어진다.

지도자는 숭고한 이상과 원대한 안목을 가지고 남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것들을 찾아내고 또 개발하는 창의력은 항상 발전과 전진을 지향하는 지도자를 만들어 준다. 한 마리의 양이 지휘하는 열 마리의 사자떼보다 한 마리의 사자가 지휘하는 열 마리의 양떼가 단체전에서는 더 강하다는 말은 지도자에게 있어서 통솔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도력을 형성하는가를 잘 말해 주고 있다.

또한,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처음부터 100%의 지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반대자가 있을 것을 예상해야 하고, 반대자가 있을 경우 그 계획을 쉽게 포기하거나 그냥 강행을 하는 것은 둘 다 지혜롭지 못한 방법이다. 반대자와 접촉하고 대화하여 반대자로 하여금 협조자가 되도록 만드는 설득력을 가진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말과 행동에 경망스러운 사람은 지도자로 부적절하다. 배고프고 춥고 덥고 피곤하고 아픈 육신적인 고생도 견딜 줄 알고, 아니꼽고 억울하고 원통하고 분한 정신적인 수모도 참을 줄 알며, 지루하고 더디더라도 기다리는 인내도 익힐 줄 아는 지구력을 가진 지도자가 마지막에 승리한다.

그런 점에서 지구력은 좋은 지도력을 형성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 시대 우리에게 이러한 지도자가 절실하다.

〈김재영 광주성안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