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진들과 함께 나주지역 사회복지시설인 호혜농원을 방문해 한센인들의 건강을 살폈다. 대부분 눈꺼풀이 처져있고 짓무른 탓에, 이들에게 안과진료는 단비와 같았다. 평소에 불편했던 점들을 털어놓으랴, 오랜만에 마을을 찾은 젊은이들 구경하랴, 어르신들은 진료마감 시간이 다가와도 쉽게 행사장에서 떠나질 않으셨다. 그 모습이 적잖이 내 마음을 슬프게 했다.

그럴 만도 한 게 호혜농원은 봉사를 위해 찾는 우리들을 제외하곤 외부인이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곳이다. 어르신들이 외부로 나가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바로 ‘한센인’이라는 꼬리표 때문이다. 사실 한센인은 한센병에 걸린 사람 또는 한센병에 걸렸다가 완치된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완치된 사람에게조차 우리 사회는 그를 ‘불치병환자’로 내몬다.

나주 호혜원은 1956년 독립운동가 최흥종 선생이 창설한 음성 한센인들의 집단 거주지로 후유 장애를 안고 있는 100여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더 이상 감염의 위험성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회의 부정적인 편견 때문에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고령의 한센인들이 대부분이다.

한센병은 전염성이 매우 낮고 사실상 사멸하고 있는 질병이지만 이에 대한 사회의 무지로 한센병 환자와 그 가족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일반 사람들이 ‘문둥병’ 또는 ‘나병’으로 알고 있는 한센병은 나균에 의해 옮는 3군 전염병이다.

살만 닿아도 전염되는 병으로 흔히 오해하고 있지만, 사실 나균은 간단한 약 복용으로 99.9%가 죽어 병을 옮기지 못한다. 나균은 항생제인 리팜피신 4알을 한 번만 먹어도 99.9% 이상 죽어 길어도 3주 안에 전염력이 사라진다. 대부분의 일반인은 나균에 대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어 병에 걸리고 싶어도 걸리지 않는다. 실제로 의료진들이 수많은 한센병 환자들의 환부를 만지고, 대화를 나눴지만 병은 옮지 않았다.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을 망가뜨려 사람의 손발과 얼굴 등에 변형을 주는 병의 특성이 사회적 편견을 낳은 것이다.

비록 완치는 되었어도 이미 악화된 피부조직과 건강을 돌이킬 순 없다. 누구보다 의료지원이 절실한 이들이다. 하지만 국립한센병원이 있는 소록도를 제외한 한센인 마을 대부분에는 의료시설이 미비하다. 전국적으로 한센인을 위한 전문의료기관은 6군데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외부인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려다보니 한센인 마을의 위치는 도시와 멀 수 밖에 없어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신속한 대처가 힘들다.

뿐만 아니라, 현재 많은 한센인들은 신체상 장애를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손발 등에 정도의 차이를 두고 말초신경 마비에 의한 기능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우리의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으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한센인들의 의료복지 시설확충과 함께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의 사회적 그룹으로 만들어 관리하고, 차별해 온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한센인들에 대한 차별을 궁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한센병에 대한 국민교육을 강화하는 등 대책마련을 해야 할 것이다. 한센인에 대한 거부감은 바로 우리의 무지에 있기 때문이다.

〈서정성 아이안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