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싸인(Dasain)’은 모든 네팔인들에게 공식적인 대축제로써 9월 말에서 10월 초까지 두 주간에 걸쳐 지켜진다. 다만, 그 해에 부모가 돌아가신 사람들은 애도의 뜻에서 이 축제를 즐길 수 없다.

더싸인 이야기는 다양한 버전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하나같이 악을 이긴 승리를 기뻐하며, 악의 세력 아래에서 고통받던 사람들을 해방시켜준 여신 두르가를 숭배한다.

흩어져 지내던 가족들이 모이고, 선물과 축복을 주고받으며 모든 논쟁과 갈등을 접고 온전히 친교만을 위한 축제 기간이다. 아무리 가난해도 대개 한두 마리의 염소를 잡는데, 염소 한 마리 값이 보통 사람들의 한 달 치 월급이다.

거리에선 축제 행렬과 여신 두르가를 위한 ‘뿌자’, 각종 종교적 의식과 피의 제사가 이루어진다. 삼색 띠로 치장한 승용차의 뿌자는 막 결혼식을 마친 신랑신부를 태우고 가는 차량처럼 보인다.

축제의 절정은 10일째 되는 승리의 날이다. 힌두교인들에 의하면, 이날은 힌두 신화에 나오는 비쉬누의 현현인 정의로운 왕 라마가 잔악무도한 악마의 왕을 죽인 날이며, 두르가 여신이 사자를 타고 나타나서 인간들을 도운 날이다. 사람들은 목욕재계하고 두르가 여신을 위한 제물과 선물들을 들고 사원을 찾아간다.

힌두교도들은 이 승리의 날, 부모로부터 시작해서 모든 친척과 윗사람들을 연장자 순으로 찾아가서 문안을 드리고 이마에 찍어주는 축복의 ‘티카’를 받는다. 불가피한 이유가 없는 데도 이 문안 인사를 드리지 않는 사람은 큰 죄를 범한 것으로 간주되어 모든 관계가 끊긴다.

티카는 생쌀가루와 빨간 염료, 요구르트를 이겨서 만든다. 고대의 티카는 전쟁에 나가는 군사들에게 승리와 힘의 상징으로 쓰였으나 오늘날에는 복을 비는 의미로, 또 많은 사람은 멋으로 한다.

힌두교도들은 동물의 희생 제사를 통하여 집안의 어려움을 피하고 사후에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구원에 이른다고 믿기 때문에 더싸인 기간 외에도 시시때때로 동물 제사를 드린다.

카트만두 시내를 벗어나 한참을 올라간 산 중턱의 ‘덕친 칼리’에서는 사람들이 꽃과 과일, 염소와 닭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을 서서 기다린다.

그들의 신앙에 따르면, 개가 사람의 혼을 염라대왕에게 인도한다고 믿기 때문에 개를 제물로 쓰지 않을뿐더러 개를 숭배하는 축제일도 지킨다. 목이 잘려 피를 흘리고 죽은 염소와 닭과는 대조적으로 개들은 한쪽에서 평온하게 낮잠을 즐긴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은 우리나라 개가 아니라 네팔의 견공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박행순 전남대학교 명예교수·파탄의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