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의 가장 큰 관심사를 꼽자면 단연 아이의 교육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일을 하는 엄마이건 아니건 내 아이를 다른 또래들에 비해 어떻게 하면 뒤처지지 않게 잘 키울까하는 것이 엄마들 사이에서는 화두다.

아이가 겨우 옹알이를 떼는 두어 살 무렵만 돼도 이웃집 아이가 배운다는 교재는 무엇인지, 요즘 유명한 학원이나 학습법은 어떤 것인지 하는 최신 정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교육열만큼은 당분간 사그라지기 쉽지 않을 듯 보인다.

교육문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아이의 건강이다. 환경호르몬이며 각종 유해한 환경에 노출된 상황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요즘 엄마들은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도 이전 엄마들에 비해 더욱 관심이 높다. 특히 첫 아이를 키울 때는 아이가 조금만 울고 보채거나 열이 나도 으레 병원을 찾게 된다. 응급실행도 불사하지 않는다. 그런 엄마들에게 아이의 건강을 책임지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 먼저 예방접종부터 제대로 챙기고 있는지 묻고 싶다.

예방접종은 현대 의학이 만들어내 최고의 업적이다. 불과 100년 전에 30∼40세에 못 미치던 평균 수명이 이제 평균 80세를 바라보는 것은 바로 예방접종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방접종의 원리는 그 질환을 직접 앓지 않으면서 감염에 대해 면역력을 만들어 주는 백신을 주사해 질병에 걸리지 않게 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예방접종을 통해 영유아 시절에 면역력을 획득하는 것은 아이의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예방접종 시에는 특정 기간에 유행한다거나 질환의 심각성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요즘과 같은 때는 독감 예방접종과 폐렴구균 예방접종이 우선 순위다. 먼저, 독감 예방접종은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에 따라 그해 유행이 예상되는 3가지 독감 바이러스를 추정해 매년 새롭게 제조되기 때문에 매년 맞아야 한다. 올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신종인플루엔자 균주도 포함돼 이에 대한 예방이 가능하다. 보통 늦어도 11월까지는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폐렴구균 예방접종이다. 폐렴구균 백신은 말 그대로 폐렴구균에 의해서 걸리는 병을 예방하는 접종으로 뇌수막염, 패혈증, 중이염과 폐렴 등을 예방할 수 있다. 패혈증의 85%, 뇌수막염의 50%, 세균성 폐렴의 66%, 세균성 중이염의 40%가 폐렴구균에 의해서 생긴다.

현재 국내에는 십여 가지 활동성이 높은 균을 예방하기 위한 13가, 10가 두 가지 백신이 나와있다. 백신 앞에 붙는 숫자는 예방 가능한 폐렴구균의 숫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10가는 10가지, 13가는 13가지의 폐렴구균에 의한 질환을 예방해 준다. 최근 유행하는 19A 혈청형은 항생제 내성이 강해 치료가 어렵고 예후가 좋지 않아 특히 조심해야 한다. 19A 균은 13가 백신을 통해서만 예방이 가능하다.

폐렴구균 백신은 생후 2개월에 시작해 4개월·6개월. 이렇게 3회의 기본 접종 이후 12∼15개월에 1회 추가 접종으로, 총 4회 접종해야 한다. 4회까지 접종을 완료해야 안전한 수준의 면역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4회까지 잘 챙겨야 한다. 기존에 7가 백신으로 접종 완료한 만 5세 미만 소아의 경우, 13가 백신을 1회 보강 접종하면 6가지 추가된 혈청형에 대한 예방 효과도 갖게 된다.

소중한 내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꼼꼼하게 챙겨주는 것이야말로 ‘평생면역’이라는 값진 선물을 해 주는 것이다.

〈문병민 광주 하나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