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이씨는 소심한 성격이지만 성실히 맡은 일을 잘 감당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항상 업무에 대한 부담이 많았고, 최근엔 보직이 변경되면서 새로운 일에 대한 적응과 동료와의 갈등으로 정신적 안정을 취할 수가 없었다. 신경이 예민해지고 생각이 많아지면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언젠가부터 자신의 생각을 다 아는 듯한 남자 목소리(환청)가 들렸고, 환청에 신경을 쓰다 보니 직장에서 실수도 잦았다. 결국, 병원을 찾았고, 예상치 못했던 정신분열병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강한 의지로 회사생활과 약물 치료를 병행한 끝에 1년 만에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고, 지금은 직장생활을 잘하고 있다.

#2. 20대 여성 김씨는 취직시험에 떨어진 후 심각한 불안과 외로움을 겪었다. 주변사람들이 일부러 자신에게 가래침을 뱉는 것 같고, 자신에 대해 수군대는 것 같이 느끼기 시작했다. 점점 사람들을 피하고 집에서만 지냈다. 그러나 아파트 윗 층에서 일부러 쿵쿵소리를 내면서 자신을 괴롭힌다는 생각에 집에서도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이를 심각히 여긴 가족들은 김씨와 함께 내원했고 정신분열병 치료를 시작했다. 수년간의 성실한 복약과 가족의 보살핌으로 그는 일자리를 얻어 새 삶을 살고 있다.

필자가 정신분열병 진단을 내렸던 두 환자를 보면 그들이 처한 상황, 경험한 증상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점과 꾸준한 치료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정신분열병은 인구 100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흔한 질환이며, 발병하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로 얼마든지 건강한 생활이 가능하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오해와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심리적으로 고통받고 있을 뿐 아니라,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실 두 환자들도 필자에게 진료를 받으러 오기까지 많은 고민과 두려움이 있었고 하마터면 치료시기를 놓칠 뻔했다.

정신분열병은 고혈압과 같이 평소 관리만 잘하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다. 약물 치료가 가장 중요한 치료법인데, 정신질환의 특성상 환자가 스스로 약을 빠짐없이 챙겨 복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약물 치료 후 증상이 거의 호전됐다고 해도 복용을 중단할 경우 1년 이내에 70% 이상 재발한다. 이 때문에 꾸준한 치료와 관리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증상이 좋아져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유지기 치료중인 환자들은 ‘주변에서 정신병 약을 복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까 걱정이다’는 말을 하곤 한다. 사회의 편견과 오해가 환자의 정신분열병 치료 노력을 방해해 알게 모르게 재발 위험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날마다 복용할 필요없이 한 달에 한번 주사만으로 약효가 지속되는 장기지속형 치료제가 나와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환자들은 예전보다 긍정적인 치료 결과를 기대하게 됐고, 치료 비용과 약물 복용 부담이 많이 줄어들 전망이다. 재발 위험성이 낮아지는 대신, 환자와 환자 가족의 삶의 질은 높아질 것이다.

적극적인 치료의지와 성실한 약물 치료를 하면 ‘뇌와 마음의 병’인 정신분열병도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정신분열병’이라는 명칭 대신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뜻의 ‘조현병’으로 병명 개정을 코앞에 두고 있는 만큼 환자들이 보다 떳떳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도 뒷받침되길 바란다.

〈이요한 천주의 성요한병원 정신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