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을사늑약을 통해 조선은 일본에게 국권을 강탈당했다. 1876년 운양호사건으로 강화도조약을 체결했던 일본은 ‘조선은 일본과 평등하다’며 청나라의 종주권을 부정하고 대륙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호시탐탐 조선을 노리던 일본은 러일전쟁에서 승리하자 조선의 외교권과 재정권을 빼앗아 조선을 이름만 가진 형식적인 나라로 만들었고, 헤이그밀사사건으로 고종을 쫓아내고 군대를 해산했으며, 급기야 1910년에는 조선을 식민지화했다.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 등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변명했으나 훗날의 역사는 이들을 매국노라 기록하고 있다.

2011년 11월 22일 한나라당은 국회 본회의를 비공개로 열어 한미FTA를 날치기 통과시켰다. 뜻있는 국민은 을사늑약에 빗대 잘못된 한미 FTA 협상과 국회동의에 앞장선 이들을 매국노라 부르며 원천무효화 투쟁에 나서고 있다. 물론 협상을 담당했던 이나 통과에 앞장섰던 이들은 국익을 위해 당연한 일을 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훗날 역사가 이들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한미FTA는 미국에서는 많은 시간과 전문가들의 세세한 검토를 통해 자국의 이익이 최대한 반영된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협상과정이나 내용 등이 졸속 처리되었다는 그 하나만 가지고도 국민을 이해시킬 명분을 잃었다. 또한 협상이란 상호간의 평등한 지위와 공평한 상호발전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한미FTA는 그러한 측면에서 불평등조약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의외로 다수의 사람들이 한미FTA의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선 우리나라는 한미FTA가 국내법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데 반해 미국에서는 한미FTA 자체는 법규범이 아니고, 의회에서 통과시킨 이행법률만이 규범적 효력을 갖는다는 모순을 지니고 있다. 결국 국내에서는 신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이와 배치되는 모든 법률과 하위 규범들이 개정 절차 없이 무효화되는데 반해 미국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투자자 국가 소송제(ISD)다. 투자자가 자신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국내 법원이 아닌 투자자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세계은행 산하의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라는 중재기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인데 이는 대한민국의 사법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는 점이며 그러한 실질적 사례들이 있다.

셋째, 역진(레칫)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자유화된 내용을 뒤로 후퇴하는 방향으로 개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으로 만약, 한미FTA 비준 이후 정부의 개방화 정책이 실패하고, 그로 인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이 오더라도 FTA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일수록 큰 나라와의 교섭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고 국가 산업 전반의 이해득실을 잘 살펴야 한다. 특정 분야나 기득권을 가진 1%를 위해 99%가 희생되는 협상은 종국에는 나라를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한미FTA는 서비스부문에서 네거티브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협정에서 유보하지 않는 한 모든 분야를 무제한 개방해야 하는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과연 협상대표가 우리나라 대표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분노하라’는 스테판 에셀의 책(연설문)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93세의 외교관 출신으로 반 나치 레지스탕스운동을 했으며, 세계인권선언문의 초안 작업에 참여했던 그는 우리들에게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하라’는 따끔한 충고를 하고 있다. 지금이 우리를 지키기 위해 분노할 때다.

〈최희동 전남대학교총동창회 상임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