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교주이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만백성이 우러러 존경하는 장차왕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한 것은 마음속에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 몸을 호화롭게 꾸미고 치장해도 변하여 늙고 추루하게 된다는 것. 이 세상 황금덩이가 모두 나의 것이고 세상권력을 모두 내 마음대로 한다 하여도 결국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태어난 존재는 죽어가고 생겨난 것들은 반드시 사라진다. 그 모든 것들은 무상한 것인데 호화로움과 제물 권력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오늘은 아무것도 모르고 내일 큰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도살장에 끌려갈 소처럼 오늘 저녁 잘 먹고 잘 지낸다고 행복하고 즐거운 것인가! 이러한 의문들을 도저히 받아 드릴 수 없는 원인이었다. 이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출가 수행하여 안 죽는다는 도리를 깨달아 성불한 것이다.

죽음은 죽음이 아니고 사라짐도 아니었다.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죽음은 새 옷으로 갈아입은 것처럼 낡은 옷을 벗어버리고 새 옷을 입는 것이다. 죽음이란 놀랍게도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새로운 삶의 시작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육신이 구족한 사람, 육신이 부족한 사람, 넉넉한 가정, 곤궁한 가정, 세상에 태어나 한평생 환대받는 사람, 천대받는 사람, 그것들은 다 살아가면서 내가 좋아하고 선호한 습들이 만들어낸 인과연의 과보이며 윤회였다.

어찌 다시 태어남만 윤회라 하겠는가! 늙어가는 것도 윤회요, 낮과 밤도 사시사철 모든 것이 윤회다. 일체 만물이 다 그렇게 살다가 그냥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업연, 윤회의 고리에서 새롭게 맞이하는 것이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석가모니께서 발견하신 윤회의 법칙을 받아들이고 있다. 모든 것은 에너지의 소용돌이이며 변화하지 않고 존재하는 것은 없다. 이것을 서양의 철학자들은 만물은 유전한다고 말하였다.

잘 물든 단풍이 떨어져 썩어지면 나무의 양분이 되고 잎새가 되어 다시 가을이 되면 온 산을 곱게 물들이고 떨어져 밑거름이 되어 잎새로 자라게 되는 것이 생멸 변화의 법칙이요, 윤회인 것이다.

어느 날 정조 대왕이 용파대사를 불러 ‘내겐 세자가 없어 걱정이니 백일치성을 드려 득남하게 해달다’ 하였다. 용파스님은 금강산에서 공부하는 농산스님에게도 기도를 부탁하였다. 기도가 시작한지 70일이 지난 어느 날 용파스님은 선정에 들어 세간을 살펴보니 세자가 될 만한 인연을 가진자가 없었다. 그는 금강산에서 기도하는 농산스님에게 편지를 썼다. “나나 스님 중에 한 사람이 죽어 세자가 되어야 하는데 그대가 타당할 것 같소”라고 전하였다. 이 편지를 본 농산스님은 “나는 대도에 뜻이 있지만 인과의 도리에 따라 그 뜻을 따르겠소.”라고 답장을 띄우고 ‘어찌 사십 년 세월동안 임금의 망건을 쓰고 지낸단 말인가!’ 하며 입적하셨다. 기도하던 농산스님이 입적했다는 것을 알게 된 왕은 용파대사를 불러 오늘은 기도 회향날인데 이것은 불상사가 아니겠는가? 하고 물었다. 용파대사는 농산스님과 오간 두 장의 편지를 보이고 “곧 득남하실 것입니다.” 하였다. 과연 열달 후 왕자가 태어나 정조대왕의 소원이 이루어졌는데 그가 바로 순조임금이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초목, 동물을 막론하고 물질(몸)은 죽어 없어지더라도 업은 다시 물질(몸)에 옮아 수레바퀴처럼 끝없이 돌고 돈다.

윤회가 갖는 참된 의미는 곧 우리의 마음 안에 삼계(탐욕세계, 색욕세계, 정신세계)와 육도(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가 공존하고 있으며 자신의 의지 여하에 따라 스스로 육체적 정신적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고 또한 영원히 윤회의 고통속에서 공생할 수 있다. 윤회의 고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해탈이요 자연인이며 성불인 것이다.

〈현지 무등산 원효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