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두를 수확하여, 가공공정을 거쳐 볶은 후 한 가지 혹은 둘 이상의 원두를 섞어 추출하여 음용하는 기호 음료. 쓴맛, 신맛, 단맛, 떫은맛 등 다양한 맛과 상쾌한 자극, 흥분과 중독이라는 두 얼굴을 가진 커피.

커피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Would you drink a cup of coffee?”를 외우며 영어를 배워선지, 3000원짜리 라면을 먹고 6000원짜리 커피 마시는 것을 낭만으로 아는 사람들도 많다.

직장인들은 출근해서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손님이 와서, 회의시간에, 업무협의에, 퇴근시간까지 너댓 잔을 마시고, 부서회식이 끝나고도 커피로 입가심을 한다.

커피전문점 수가 9400여 개라니 도심에서는 한 집 건너 한 집인 셈. 인스턴트 커피음료로 이용되는 베트남산은 점차 줄어들고, 고급커피원료인 아라비카종을 브라질, 콜럼비아, 온두라스 등 이억만리에서 들여온다니 한 잔에 5000∼6000천원이 비싸다면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퇴직한 선배는 커피전문점을 내어 이 이국의 열매에 생계를 맡기고 대학생들은 스타벅스에서 공부를 하며, 청소년들은 캔커피로 졸음을 쫓는다. 도시에서는 사람 만나느라 커피를 마시고, 시골에서는 새참으로 커피를 마시며, 남편은 동료들과, 아내는 친구들과 만나면 커피, 커피, 커피를 마셔댄다.

18일 무역협회가 밝힌 올해 커피수입액은 10월까지만 해도 5억 달러를 넘어섰다니 놀라운 일이다. 수입량으로 추정할 때 국민 한 사람이 연평균 670잔을 마셨다니, 커피를 가까이하기 어려운 어린이나 노약자를 제외한다면 성인들은 1000잔 이상을 마셨다는 추론이 가능한데, 실제 한 포털사이트의 조사로도 직장인 1인당 하루평균 3.4잔의 커피를 마신다 한다. 커피가 석유 다음가는 세계 교역량 2위의 선물상품이라 해도, 설탕, 수산물, 전통주 등을 포함한 우리 농식품수출액이 작년 한 해 60억불내외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교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수입품이래서가 아니라, 우리 차와 식품이 너무 홀대받는 것 같아 안타까워하는 얘기다.

전통찻집이라면 으레 한복차림의 주인이나 가야금 산조만 울리는 공간으로 만들게 아니라, 젊은이들이 드나들기에 부담이 없도록 신나는 가요와 팝송도 틀고 3000∼4000천원이면 마실 수 있는 상큼한 유자차, 미용식 율무차에 커피도 함께 파는 하이브리드형 카페로 바꾸어 보면 또 어떨까?

십여 년 전 ‘커피, 카피, 코피’란 영화가 있었다.

제목만으로 연상하자면 커피(Coffee)만 마셔대는 외국문화만 흉내(Copy) 내다 진짜 코피 쏟을까 걱정이다.

〈옥영석 ’05년 수상자·농협 유통센터분사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