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누나와 차를 타고 가는데, 도로변 인도에 아주아주 멋진 아가씨가 지나갔습니다. 갸름한 얼굴, 긴 생머리, 날씬한 몸매(‘Oh! beautiful!’…) “누나, 저 아가씨 진짜 예쁘다.” 평소에도 교복 입은 여중생들이 눈에 띄면 ‘아이구! 우리 예쁜 꽃순이들!’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는 누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에구! 저만할 땐 다 예뻐요!”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아무리 혼자 사는 남자라고 예쁜 걸 예쁘다고 하는 게 뭐 큰 허물이겠습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 이어지는 제 답변이었습니다.

“뭐가 그래요? 안 예쁜 사람들은 안 예쁘더구만!” 아차! 싶었습니다. 안 예쁜 사람은 안 예쁘다니? 제 눈에 평소에 안 예쁘게 보이는 사람이 있었나 봅니다. 그러면서 나는 어떤 사람을 안 예쁘게 바라봤는가? 살펴봤습니다. 그랬더니 안 예쁜 사람이 있었습니다. 예쁘지 않게 볼 뿐만 아니라 만나기 싫어서 가급적이면 피하려 했던 경우도, 싫어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꽃이고 싶습니다. 잘난 사람이건 못난 사람이건, 나이가 들었든 아니면 나이가 어리든, 건강하든 병약한 사람이든 간에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내가 좋게 보이기를 바랍니다. 비록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부족한 부분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내세울 만하고, 인정받을만한 부분에 주목해 주기를, 사랑받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바라면서 나는 정작 어떻게 행동해 왔을까?

겉과 속이 다른 제 모습을 바라봅니다. 단점보다도 장점을 눈여겨보고, 겉모습이 아니라 속마음을 바라보자고 말하면서도, 정작 제 자신은 그렇지 못했었나 봅니다.

한 해를 마감하고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시점에 서 있습니다. 새로움을 새로움으로 바라보고 맞아들이기 위해선 눈에 익숙한 면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보지 못했던 다른 면을 바라보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성탄절이 다가옵니다. 성탄절은 바쁜 일상과 일에 지친 몸의 피로를 푸는 휴식의 시간이나, 한 해를 보내면서 아쉬움에 자리를 함께하는 송년회 시간만은 아닐 것입니다.

바삐 사느라고 혹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뒷전에 놓지는 않았었는가,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산건 아니었을까 돌아보고 점검하는 시간.

나아가 그 중요한 사랑을 다짐하고 확인하는 시간이었으면 싶습니다. 그리고 그 점검과 다짐으로 새로운 날들을 열어가시면 좋겠습니다.

홍윤숙 시인의 시(詩) ‘다시 성탄절에’ 가운데 한 구절입니다.

“… 홀로 2천 년 전 그날대로 오시는/ 예수/ 어느 큰길 차도에 발 묶여 계신가/ 길 잃고 굶주려 울고 계신가/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 너 어찌 나를 저버리는가 / 이 세상 끝에서도 잊지 못하는 / 내 사랑 이리 아프게 하는가?” / 몰래 몰래 숨어서 울고 계신가”

<서달원 고흥 소록도 성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