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삼한시대에는 마한, 삼국시대에는 백제에 속했으며 백제 때는 무진주라 했고, 통일신라시대에는 무주라 불렀으며 광주라는 명칭은 고려 태조 23년(940)에 처음 쓰게 되었다고 한다. 광주라는 호칭의 역사만 본다면 일천 년이 넘은 역사도시다. 그러나 이곳엔 일백 년 이상 된 유형의 문화유산을 찾기도 쉽지 않다. 지금은 문화의 시대이다. 문화유산은 도시 경쟁력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도시는 살아 있는 생명체다. 다양한 변화 속에서 발전하고, 진화를 거듭하면서 성장해 간다. 성장 과정 속에서 과거의 흔적과 역사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그 도시의 경쟁력 수준이다. 잘 디자인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 대한 추억과 기억을 간직할 수 있는 유형의 것을 보존하고,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를 다시 이야기(story)로 남기고, 그것들을 우리의 역사(history)가 되게 하면 이는 문화유산이 된다. 세월의 흔적을 자산으로 만들어 가는 도시와 그 흔적과 가치를 무시하고 오직 새것만을 추구한 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다.

광주의 노후화된 옛 주거지는 주거환경개선이라는 목표 아래 오직 아파트 단지로만 바뀌고 있다. 그 현장에는 과거의 역사적 흔적이나 주민들의 인문·사회적 삶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단지 개발자들의 경제논리만 무성하다. 일천 년의 장소와 공간의 역사를 가지고도 보여줄 것을 제대로 간직하지 못한 광주가, 이 시간에도 기록되고 있는 광주의 역사를 제대로 못 만드는 이유다.

하나의 예로 동구 학동에 있던 ‘학동 팔거리’는 독특한 가로와 공간체계로 많은 학자의 연구 대상이었다. 도시 주거공간체계와 시대상황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자료뿐 아니라 광주의 귀한 자산이었는데 안타깝게 재개발의 소용돌이 속에서 흔적 없이 사라졌다.

지금 유니버시아드 대회(이하 U대회)선수촌을 만들기 위해 화정 주공아파트단지의 재건축이 진행 중에 있다. U대회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행사이고 광주시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국제행사다. 이런 U대회 선수촌 아파트는 여타 다른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과는 달라야 한다. 단순 재건축이 아닌 도시의 문화자산이 될 수 있는 것을 추가하고 보완하여, 미래의 문화유산이 되게 하는 모범적인 도시 재생으로 접근해야 한다.

재생이란 노후화된 건축물과 기반시설을 개선하고, 슬럼화된 지역을 새롭게 만드는 건축적 환경과 경제적 측면의 재생만이 아니다. ‘삶의 재생’도 함께해야 한다. 삶의 재생이란 그 지역과 그 동네가 가지고 있는 공간의 물리적 특징뿐 아니라, 인문·사회적인 생활의 흔적과 기억들이 단절되지 않아야 하고, 커뮤니티 장소와 공간으로 재조성되어 지속가능한 삶의 공간이 연속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기법 중 하나는 특정 부분의 건축물을 보존하면서 일부 첨가도 하여 그곳을 전시공간화 하고, 그 지역에 있었던 기억의 흔적들을 보존하고, 관리하여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그 주변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예술·교류의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이런 유사 사례는 국내외에 많다. 최근 광주공원에 있는 시민회관이 완전 철거 위기에서 벗어나 청소년문화공간으로 재생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관심 있게 볼 사례다.

U대회 선수촌은 일반 재건축과는 다르기에 ‘삶의 재생’이 꼭 있어야 한다. 이미 준비하고 있다면 더 철저히 준비를 하고, 혹시 못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중지를 모아 시작하자. 충분히 가능한 시점이다. 광주의 문화자산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노력하여 만들고 가꾸어 가야만 소유할 수 있다.

앞으로 도시재생은 건축물과 장소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 세월의 켜에 대한 가치, 그간의 삶의 흔적들을 기억하고 간직할 수 있는 ‘삶의 재생’이 꼭 함께해야 한다.

〈박홍근 건축사·전남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