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은 중국과 인도 사이에 비스듬히 뻗쳐있는 산악지대의 내륙 국가로써 3000만 인구에 면적은 14만7181㎢으로 남한의 1.5배 가까이 된다. 네팔은 높이에 따라 ‘히말’이라 부르는 눈 덮인 고산지대, 중간 산악지대인 ‘힐’과 남부의 평야 ‘테라이’로 나뉜다.

만년설의 히말라야 산맥, 그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산의 공식 높이는 8848m이다. 7000m 이상의 고봉이 100개가 넘는다는 네팔에서 4000m 정도는 산(mountain) 축에 못 들고 언덕(hill)이라고 부른다. 테라이는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찰기 없는 네팔 쌀의 70%를 생산하는 곡창지대이다. 네팔인들은 이 쌀로 밥을 짓고 녹두를 걸쭉하게 만들어서 밥에 끼얹는 ‘달받’을 가장 많이 먹는다.

파탄대학 병원식당에서 내가 네팔 친구와 함께 처음 달받을 먹던 날의 놀라움을 잊을 수가 없다. 식당 아주머니가 커다란 스텐 접시에 쌀밥을 담아 주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 깜짝 놀라서 절반만 달라고 하고, 또다시 절반을 덜어내라고 했으나 아직도 너무 많았다.

그 아주머니와 더 이상의 실랑이를 포기하고 주는 대로 받아와서 친구와 나누어 먹었다. 내 밥 양이 결코 작지 않은데도 나는 그날 네팔인의 팔분의 일을 먹은 셈이다. 나는 네팔 사람들이 밥을 너무 많이 먹는 데 놀랐고, 그들은 내가 너무나 조금 먹는다고 놀랐다. 내가 어쩌면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들은 점심과 저녁, 두 끼만 먹기 때문에 많이 먹어야 한다고 했다.

나중에 우리 교민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네팔인들은 절대로 한 접시에서 음식을 타인과 같이 먹지 않는다고 했다. 소위 ‘부정’하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내가 먹는 것을 도와 달라고 부탁하니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부정’을 감수하면서 내 접시에서 함께 달받을 나누어 먹은 것이었다. 그들은 심지어 그릇에 다른 사람들의 손이 닿을까 봐서 부엌을 외부인의 접근이 어려운 위층에 둔다고 했다.

네팔인들이 손으로 음식을 먹는다고 들었는데 밖에서는 수저와 포크를 사용하였다. 음식을 쇠붙이 숟가락이나 포크, 또는 꺼칠한 나무젓가락으로 집는 것보다 손끝으로 만지는 순간, 그 음식의 재질과 온도, 음식 특유의 독특한 느낌이 식욕을 자극하고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도 인절미 콩떡을 젓가락보다는 손으로 집어 먹으면서 맛뿐만 아니라 그 쫄깃한 부드러움을 손끝으로 느낄 때 더 행복하듯이.

달받은 맛있었다. ‘떨까리’라는 네팔 반찬과 함께 김치나 깍두기를 곁들인다면 달받은 우리에게도 인기 있는 음식이 될 것 같았다. 나는 그간 김치에 맛을 들인 네팔인들을 여럿 만났다. 김치 이야기를 할 때 그들은 자연스럽게 침을 삼켰다. 한국에서 한 달 가량 있었다는 한 친구는 김치와 김밥이 정말 맛있었다고 입맛을 다셨다. 내가 가지고 있던 구운 김을 주면서 네팔 쌀밥을 싸 먹기 어려울 텐데 어떻게 하려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가끔은 찰진 쌀로 밥을 한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처음 우리 쌀밥을 먹어본 네팔사람 중에는 소화불량은 물론이고 갑자기 배가 아파서 응급실로 실려 간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어떤 여행사 가이드들은 한국 관광객들에게 가지고 온 햇반을 네팔인들에게 주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고도 들었다.

우리 교민들도 네팔 쌀로 만든 달받을 즐겨 먹지만 매일의 식사는 찰진 쌀을 별도로 구해서 밥을 해 먹는다. 신토불이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쌀밥을 선호하는 민족적 유전자도 중요한 것 같다.

〈박행순 전남대학교 명예교수·파탄의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