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팔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가 주인 없는 길거리 개들이다. 매년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광견병이나 개와의 접촉으로 인하여 생긴 질병으로 죽는다고 한다. 외국 선교사들과 병원 관계자들의 강력한 권고에 따라 나도 세 차례에 걸쳐서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았다.

힌두교도가 절대 다수인 네팔에서는 소를 신성시하고 소고기를 안 먹듯이 개도 같은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대우하는 것 같다. 일 년에 하루는 개 축제일로 지내는 것을 보면 네팔의 개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개 같은 삶’을 사는 것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때로 이상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개들은 사람들이 남긴 음식 부스러기를 먹기 때문에 인구수에 비례한다고 한다. 네팔의 전체 인구가 3천만이 채 안 되는 2005년도에 카트만두 시내에만 3만1000마리가 넘는 개들이 살았고 이중 절대 다수가 질병,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비참하게 살았다고 한다.

얼마 전 KAT(Kathmandu Animal Treatment, www.KATCentre.org.np)센터에서 자원 봉사하는 그렉이라는 미국 청년을 알게 되었다. KAT 동물센터는 잰 솔터(Jan Salter)라는 여성에 의하여 설립되었으며 길거리 병든 개들을 데려다 치료하고 입양을 주선하거나 불임수술을 통하여 카트만두의 길거리 개 문제를 줄이고자 하는 NGO 단체로써 현재는 네팔의 수도에만 존재한다. KAT에서는 일반대중을 상대로 광견병 백신 접종과 동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을 실시하며 특히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센터로 초청하여 교육도 한다.

2004년 3월 어느 날, 잰은 카트만두 길거리에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흉측한 모습의 개를 목격하였다. 그 개는 못 먹어서 바짝 마른 몸에 심한 피부병을 앓고 있어서 털이 다 빠진, 거의 알몸상태였다. 사람은 모두 얼굴을 돌렸지만 잰은 그 개를 안아 집으로 데려가서 먹을 것을 준 다음 봉사자들과 이 처참한 몰골의 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상의하였다. 안락사도 심각하게 거론하였지만 일단 개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쪽으로 결론지었다. 그들의 치료와 정성스런 보살핌으로 얼마 후에 그 개가 회복되어 망고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망고가 본래의 건강한 모습을 찾았을 때, 사람들은 그가 바로 훌륭한 티벳산 테리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망고는 KAT 센터의 마스코트가 되었고 모든 견공들은 그를 ‘보스’로 받든다.

그렉은 최근 카트만두의 길거리 개들이 이만 마리 정도로 줄었다고 5∼6년 만에 달성한 센터의 실적을 자랑하였다. KAT의 연회비가 10$, 개 한 마리를 후원하는 돈이 월 15$라고 한다. 주인 없는 개들이 길거리에서 병들어 죽거나 수없이 새끼를 낳아 번식하게 하는 것보다 개들을 치료해주고 불임수술을 통하여 자연적으로 개체수를 줄이는 것이 훨씬 더 인도적이라는 KAT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나는 기쁘게 20$를 후원하였다. 그렉은 이 돈이면 개 한 마리의 불임수술비라고, 미국에서는 200$이 드는데 이곳에서는 십 분의 일밖에 안 든다고 했다. 네팔에서의 개에 대한 공포가 줄어든다면, 그리고 당신들의 수고에 비하면 정말로 작은 성의일 뿐이라고 그를 격려하였다.

카트만두의 개들이 우리의 생각에 동조하며 고마워할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지만 우리는 의기투합하여 서로에게 고마워하면서 네팔의 길거리 개 문제가 줄어들기를 희망했다.

〈박행순 전남대학교 명예교수·파탄의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