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60년 동안 사회 모든 분야에 엄청난 변화를 겪어왔다. 6·25전쟁이라는 역사상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참변을 겪었고, 국민 소득수준은 채 80달러도 되지 않는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다. 조선시대의 봉건 사회 제도 및 의식이 뿌리깊어 국가의 장래가 암울하기도 했다.

그 뒤 60년대 이후 온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한 결과 10월 유신, 10·26사태, 광주민주화 운동 등을 거치면서 정치적 민주화 및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신장시키는데 큰 발전을 했다. 이어 70년대 오일쇼크 경제위기, 97년 사상초유의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도 잘 극복해 국민소득 2만 달러,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여는 선진국 문턱에 다다랐다.

세계 역사상 원조를 받는 피원조국에서 세계 각국에 원조를 해주는 나라로 발전한 것은 오로지 우리가 유일하다고 한다.

이러한 급격한 사회적·경제적 발전에 동반돼 따라가야 할 우리들의 의식이 뒤따르지 못한 부분도 있다. 특히 성교육 및 사후 관리 문제에서 그러하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의 엄격한 성리학 사상 밑에서 성에 대한 거론과 교육이 억제되고 ‘남녀 칠세 부동석’이라는 엄격한 규제의 틀에 묶여 있었는데, 개방의 결과로 현재는 엄청난 문제가 내재되어 있으면서도 전향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성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상황과 실체는 대단히 우려스럽다. 특히 성 개방의 영향으로 미혼 여성들의 규제되지 않고 절제되지 않는 성생활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의학적 견지에서 볼 때 필연적으로 동반될 수밖에 없는 성병의 만연 및 예기치 못한 임신으로 인한 문제를 우리는 더 이상 미루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

많은 젊은 여성들이 자유분방한 성관계로 인해 성병을 겪음으로써 이로 인한 여성들의 피해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고 있다. 성병에 의해 골반염이 생기는데 이것은 특별한 증상이 없거나 약간의 불편함 정도의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심각성을 모르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자궁외 임신, 불임, 만성 골반통으로 연결된다.

진료 현장에서 미성년자들의 예기치 않는 임신이 만삭이 되도록 본인이나 그 산모의 어머니도 몰랐던 경우를 가끔 접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생식 보건정책은 15년 전까지는 가족계획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산아제한 정책뿐이었으며, 최근에는 저출산 고령화의 사회적 심각성으로 인해 오로지 저출산 대책에만 몰입하고 있다.

미성년자인 어린 학생들의 임신과 미혼모의 사회적 심각성을 아무도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인공 임신중절 문제도 현재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40년 전에 만들어진 엄격한 모자보건법 때문에 무뇌아, 염색체 이상 등 태아에게 치명적인 질환이 있어도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다.

보건 정책에 있어서, 젊은 세대 성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성교육과 임신에 대한 상담, 부득이한 경우 임신 초기의 임신 중절의 문제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를 빨리 도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들의 미성숙한 성문제와 그로 인한 후유증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발상의 전환이 있기를 바란다.

〈에덴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