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환자를 고객으로 부르는 것이 이상하지 않게 들린 것이 채 10년이 안 된 것 같다. 과거에 환자를 고객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치 의료를 상술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어울리지 않다고 느꼈을 것이다. 의료에서 마케팅이란 용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것도 최근 일이고, 비슷한 맥락에서 일 것이다.

의료 서비스에서 고객 만족의 기초는 환자의 기대이다. 기대한 만큼의 서비스 성과를 얻었으면 만족할 것이고, 기대 이하의 성과를 경험하였다면 불만족할 것이다. 기대 이상의 서비스 성과가 있었다면 당연히 고객 감동 차원이 될 것이다.

의료 서비스에서 성과평가는 크게 두 가지에 의해 결정된다. 하나는 치료가 잘 되어서 병원에 간 목적을 성취하였는가이고, 또 하나는 치료 과정에서의 서비스 품질이 얼마나 좋았는가이다. 전자를 ‘결과 품질’이라고 하고, 질병 치료 결과가 얼마나 좋은가에 따라 결정된다. 후자는 ‘과정 품질’이라고 하고 치료 과정에서 얼마나 친절하였는가, 신속하였는가, 정확하였는가, 환경은 좋았는가 등이 관여된다. 따라서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잘 치료해서 병을 잘 낫게 해주어야 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품질도 좋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한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다. 결과 품질과 과정 품질을 합해서 고객에게 제공되는 혜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혜택에 의해서만 고객의 성과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경험한 성과 평가는 고객이 느끼는 가치라고 할 수 있는데, 고객 가치는 혜택에 의해서만 높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혜택을 얻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루었느냐가 함께 고려된다. 혜택을 얻기 위해 고객이 치른 대가가 바로 가격과 가격 외에 부수적으로 들어간 비용들이다. 부수적으로 들어간 비용이라 함은 교통비라든지, 정보탐색비용이라든지, 심리적 압박감 등을 말한다.

의료서비스에서 고객 만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객 가치 방정식의 분자를 형성하고 있는 고객의 혜택, 즉 결과 품질과 과정 품질을 높여야 하고, 동시에 분모에 해당하는 비용을 줄여주어야 한다. 결과 품질과 과정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알아서 최고도로 높이도록 하면서 비용은 적게 들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실력을 길러서 병을 잘 낫게 해주고, 친절하게 하면서 비용이 비싸지 않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의료 수가는 정부의 강력한 통제하에 있기 때문에 비용이 조절 변수가 되기 어렵다. 따라서 의료 서비스에서 고객 만족의 최대 변수는 실력과 친절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친절만 놓고 보더라도, 밝게 웃고 인사를 잘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의사나 간호사가 같은 설명을 하더라도 따뜻하게 환자의 손을 잡아주고,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1분이라도 더 자상하게 설명하는 것이 최고의 서비스이고 친절이다. 이러한 친절은 환자에게 믿음을 주기 때문에 의사와 환자 간 신뢰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치료 효과도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 보면 친절도 실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말은 쉬우나 실제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노력이 꾸준히 필요한 부분이다.

〈정재훈 세계로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