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權威)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을 통솔하여 이끄는 힘”이다. 그러나 ‘힘’이라는 단어 때문에 권위의 사전적 의미가 왜곡되어 이해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힘 즉 파워를 돈, 명예, 지식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권력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아직도 권력지상주의에 빠져 있는가보다. 사람들은 권력(勸力)을 가지면 권위가 생긴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권위에 도전하면 권력을 이용하여 제압해 버린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권위는 참된 권위라 볼 수 없다.

과거 우리 사회는 바로 이런 ‘권력=권위’라는 잘못된 도식에 눌려 있다. 가정에선 가장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잘못된 권위에 대한 이해가 있다.

교육의 현장에선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선생님을 향한 존경심의 발로가 선생은 교육을 위하여 학생들을 마음대로 체벌해도 된다는 잘못된 권위가 있다.

군대에선 “북한 괴뢰집단을 무찔러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軍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시대가 있었다.

종교 안에서도 신적인 영역을 독점하는 성직자의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신의 이름으로 잘못된 권력을 휘두르던 시절이 있었다.

법 집행의 현장에선 “만인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자명한 진리를 왜곡하고 사법부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법의 이름으로 용납하지 못한 시절이 있었다.

국가의 수반이요 3권의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모독하면 국가의 권위를 전복하는 불순세력으로 간주하고 권력을 휘둘러 제압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 ‘부러진 화살’이라는 영화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영화는 2007년 벌어진 판사 석궁 테러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개봉 2주 만에 200만 명이 보았다고 한다.

무엇이 이토록 이 영화를 보도록 만드는 것일까? 심지어는 이 영화에 대한 토론 댓글에서는 사법부의 각성을 요구하기 위해 자신은 이 영화를 또 볼 것이라 답하기도 한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이는 잘못된 권위에 대한 반감은 아닐까? 그동안 우리 사회 안에 깊게 뿌리내린 ‘권력=권위’라는 잘못된 권위에 반항하는 것을 보고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참 권위란 무엇인가? 아니 ‘권력≠권위’라는 도식이 성립하지 않는 권위는 무엇인가? 2000년 전 예수님은 참 권위에 대한 모범을 보여주셨다. 당시 잘못된 권위의 상징인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를 겨냥하시며 “그들의 행실을 따라하지 마라. 잔치 집에서는 윗자리를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좋아하고, 장터에서는 인사받기를, 사람들에게 스승이라 불리길 좋아한다.”라고 일침을 놓으셨다.

‘사랑=권위’ 혹은 ‘자기 비움=권위’라는 새로운 가르침을 주셨고, 이를 자신을 희생 제물로 봉헌하는 십자가 사건을 통하여 보여주셨다.

그렇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권력=권위’는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의 과도기는 충분히 필요한 조건이다. 흑룡의 해를 맞아 올 한해 있을 수많은 사건들 가운데 단연 ‘권력=권위’라는 잘못된 권위가 사라졌다는 빅 뉴스를 고대하며 우리 모두 참된 권위를 위해 자신의 직책에서 맡은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부러진 화살=부러진 권위’가 지금은 아픔으로 다가와도 내일은 ‘사랑=권위’ 혹은 ‘자기비움=권위’라는 새로운 권위를 세우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대한민국 힘내세요!

〈윤빈호 영암삼호성당 주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