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 셀 수 없이 많은 대학이 있다. 모두 정부 인가를 받은 정식 대학이고 4년제 일반대학 외에 10+2라는 2년제 전문대학이 대다수이다. 우리나라가 12년제 교육제도임을 생각하면 이 전문대학들은 고2, 3 수준인 줄 알았더니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네팔의 교육은 3년 과정의 유치원부터 시작하며 아이가 못 따라가면, 유급까지 시킨다고 한다. 서너 살로 보이는 아주 어린 아이들이 깜찍한 유니폼을 입고 커다란 가방을 메고 부모 손에 이끌리어 유치원에 다니는 것이 앙증맞고 귀엽지만 한편 안쓰럽기도 하다. 국공립의 유치원과 학교는 수업료가 저렴하지만 질이 떨어진다고 부모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자녀를 비싼 사립학교에 보내고 싶어한다. 자녀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부모 마음은 우리네나 네팔이 똑같은 것 같다.

일부 대학생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생은 아주 열심히 공부한다. 모든 학교에서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다. 국가 재정과 국민 소득 수준에 비하면 대학 등록금은 엄청나게 비싸다. 장학제도가 빈약하기 때문에 부잣집 자녀가 아니면 대학에 다니기가 어렵고 또한 카스트 계급 제도가 법으로 금지되어있다 해도 현실에는 엄연히 존재한다.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과 숙명적인 신분계급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과 천민들은 대를 이어 천민으로 살아가야만 할 것 같다.

내가 작년 9월 카트만두 공항에 처음 도착해서 마중 나온 교수와 함께 대학으로 가는 공항로에서 차는 교통체증으로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이때 차창으로 손을 들이밀며 한 푼을 구걸하는 어린 걸인의 애처로운 얼굴이 네팔인의 첫인상으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 수없이 달려들 다른 걸인들 때문에 한 푼을 동정하는 것은 금물이고 그냥 고개를 돌리거나 돈이 없다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딱한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

시내 중심가의 식당 문 앞에서 어린 걸인들은 입구를 막아서며 때 묻은 얼굴, 최대한 불쌍한 모습으로 한 푼을 구걸한다. 이들은 앵벌이일 수도 있고 가족을 위해서 길거리에 나오기도 한다. 교육도 받지 못하고 미래가 없이 하루하루를 구걸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나라 선교사들이 운영하는 교육기관에서 고아나 버려진 아이들, 가난한 가정, 그리고 카스트가 낮은 계급의 자녀를 교육하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는 유일한 기회이다. 어떤 이는 슬럼가 아이들을 돌보고, 순천의 SOS 마을의 대안가정처럼 열 명 미만의 고아들을 돌보는 교민 가정을 방문하기도 했다.

특히 치투완의 이해덕·조현경 선교사 부부가 운영하는 소망의 집(House of Hope, www.4891.co.kr)을 방문하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들이 돌보는 440명의 아이는 네팔어와 영어로 정규교육을 받고 한국어도 배운다. 조현경 사모는 아이들의 “마마(엄마)”일 뿐만 아니라 지역민 모두가 “마마”라고 부르며 존경한다. 소망의 집 아이들은 매일 새벽 각자의 목표와 비전을 말하고 자신들이 “네팔의 미래, 네팔의 희망”이라고 큰 소리로 외친 후에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이들은 의식주가 해결되고 사랑과 신앙으로 길러지며 좋은 교육과 함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어서인지 구걸하는 길거리 아이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당당하고 밝고 명랑한 얼굴들이었다. 나는 진정 이 아이들에게서 건강한 네팔의 미래, 네팔의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박행순 전남대학교 명예교수·파탄의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