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십 수년 전의 일이다. 우연히 어느 건설 작업장을 찾았다가 보게 된 한 경이로운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한 포크레인 기사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얼굴을 거의 가리도록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작업을 하고 있어서 무심히 지나쳤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휴식시간이 되어 간식을 먹게 되었을 때, 모자와 마스크를 벗은 그 포크레인 기사는 놀랍게도 여자였다.

같이 어울려 간식을 먹는데 나의 시선은 자꾸 그 여자 기사에게 쏠렸다.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어떻게 여자가 포크레인을 운전할까?” 나중에 작업현장 책임자에게 남자 기사들과 비교하여 작업 능력이 어떤지를 물어보았더니, 고집피지 않고 섬세하게 일을 잘한다는 것이었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여성 지도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젠 여자 포크레인 기사도 그리 경이롭지 않다. 그만큼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크게 신장되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은 그야말로 케케묵은 고릿적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면 과거에는 남성이 주권을 가진 시대이고, 미래는 여성이 주권을 가진 시대가 될 것인가? 자칫 단순 비교로 판단할 수 있으나, 그건 아니다. 앞으로의 시대는 과거와 같이 대결과 분열의 구도가 아닌,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고 배려하여 조화와 통합력을 가져야 성공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오늘 날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 지도자들은 과거 남성 지도자들이 갖지 못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여성의 품성은 대체로 무슨 일이나 아주 주밀하여 허술함이 적지만 용납성이 없는 반면, 남성들은 대체로 너그러우나 진실성이 부족한 면이 있다.

올 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로서, 이 나라의 미래를 방향 짓는데, 아주 중요한 해이다.

그리고 각 분야에서 많은 지도자가 새롭게 배출이 될 것이다.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들의 품성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바는 남성 지도자는 철저하여 진실성을 갖추는 일이다. 반면 여성 지도자들은 상황성에 맞게 대응할 수 있는 너그러움과 여유를 갖출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는 어쩌면 종교가에게서나 주장될 이야기라고 쉽게 판단해 버릴 수도 있다.

얼마 전 토론 프로에서 요즘 초, 중 학교에 여자 교사의 증가로 교육현장의 불균형을 우려하면서 임용시험에 남, 여교사의 일정 비율을 획정 지어서 선발하자는 주장을 들었다. 그리고 요즘 정치권의 일부 정당에서도 여성 후보 공천비율을 규정하자는 논의들이 있다. 이는 두부 모판에 나눔처럼 하자는 것인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미래는 실력시대다. 앞으로의 실력은 과거에 주목받던 외적 정보의 취득이나 조합에 있지 않다고 본다. 요즘 얼마간 우리 보통사람들이 허탈해 하는 사건들을 보면서, 미래의 실력은 양심적 도덕과 독립체로서의 조화와 통합력이다. 그리고 대중과 함께하는 힘이다.

그래서 실력으로써 미래에 성공하는 지도자는 남성과 여성으로 대별되는 품성의 특성인 진실성과 너그러움의 여유를 잘 조화시키는 사람이다. 그리고 미래를 바르게 판단하는 지혜의 안목과 대중을 위하는 열정과 신뢰성을 갖춘 사람이라고 확신한다.

〈원불교 풍암교당 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