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제주도 강정마을을 아시나요? 제주 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강정마을은 제주올레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7코스(외돌개에서 월평포구까지의 해안올레)의 중간에 있는 400여 년 된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강정해안의 구럼비바위가 보호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는 혜안의 차이이기에 논외로 하더라도 왜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강정마을이 아수라장으로 변했을까? 2005년 정부는 제주4·3사건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켜 평화를 추구하자는 염원으로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해놓고, 2007년에는 국가안보적 가치와 석유수송로 그리고 영토분쟁지로 떠오르는 이어도와 가깝다는 이유로 해군기지 건설에 착수한 모순 때문이다.

2007년 4월 찬성하는 주민 80여 명으로 총회를 개최하여 기지유치를 결의하였는데,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은 8월 10일 마을회장을 해임결의하고, 20일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주민 1050명 중 725명이 참석하여 94%가 반대에 찬성했다. 결국 자발적이었다는 주민의 동의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이때라도 정부는 주민들을 설득하거나, 아니면 사업에 대해 재검토를 했어야 했는데 거꾸로 기지건설을 강행했다. 곧 효율성만 중시하고 환경보호나 주민과의 소통 등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개인이 집 한 채를 짓더라도 그 민원이 해결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현실을 정부만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가진 자의 오만일까?

양윤모라는 영화평론가는 3년째 구럼비바위에서 생활하며 작년 4월에도 구속되어 71일간의 단식을 하고, 올해 3월 9일 또다시 구속되어 30일 넘게 옥중단식을 하며 자신의 하나뿐인 생명과 바꾸겠다고 하는데 그가 빨갱이여서일까? 메튜 호이 등 외국의 많은 평화주의자와 환경활동가들과 종교인, 마을주민들이 대화를 원하며 목숨 건 투쟁을 하고 있는데도 돌아온 건 구속과 벌금뿐이다.

며칠 전 뉴스타파는 공권력의 과잉대응과 제주 강정해군기지의 문제점을 상세하게 보도하였다. 그럼에도 정부와 해군과 건설사는 구럼비바위를 폭파하고 공권력이라는 미명하에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시해야 한다.

국민은 5·18 당시 군의 특수부대가 광주에서 저지른 만행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군 수뇌부는 해적이라는 표현에 흥분하기보다는 제주에서 해군이 국민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위협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명예를 지키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국가에 공권력이 있다면 국민에게는 저항권이 있다. 맹자는 천명사상을 통해 “왕이 천명을 거역하면 백성도 왕을 갈아치울 수 있다”며 백성의 저항권을 주장했다. 하의 폭군 걸왕을 죽이고 은을 세운 탕왕이나, 은의 폭군 주왕을 주살하고 주나라를 세운 무왕을 성군이라 부르는 이유이다. 서양의 존 로크도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가 권력을 남용해 오히려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국민은 새로운 정부를 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강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민과 활동가들의 공사 중단과 해군기지 철회를 주장하는 ‘불복종운동’은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래서 제주 강정의 현실은 남의 일이 아니다. 강정마을에서의 부당한 공권력이 언제든지 나에게 화살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희동 전남대학교 총동창회 상임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