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뜻을 모아 정치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대의 정치의 중요한 수단의 하나이다. 그동안 우리는 광복 이후 수많은 선거를 통해서 국가 지도자 및 선량들을 뽑아 국가를 발전시키고 복지 민주국가를 만드는데 진력해 왔다.

올해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있어 작년부터 선거 열풍에 휩싸여 있다. 과거 자유당 정권, 군사 및 유신 정권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주권재민의 꽃인 선거가 국가를 경영하는 중심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당들이 발표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들을 볼 때 대단히 우려스러운 면도 없지 않다. 어떠한 정책이던지 한 번 잘못 결정되면, 그것을 변경 또는 수정하기가 대단히 어렵고 그 피해는 우리들뿐 아니라 후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중요한 정책을 입안하고 발표할 때는 수많은 논의와 여러 의견을 들어 가능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욱이 역사적으로 이미 부작용을 일으키는 정책들에 대해 반면교사를 삼도록 해야 한다. 특히 복지 분야가 그렇다.

50·60년대 6·25전란과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시대를 지나오면서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힘을 모아 수입수출 1조 달러의 세계 10대 무역대국,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선진국 진입을 눈 앞에 둔 시점에서 이제는 복지 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문제는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방법과 방향의 문제에 있어서 이미 실패한 세계 여러 나라의 복지정책 사례에서 교훈을 얻고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무조건 선거를 의식해 나누어주는 무상복지의 정책방향은 대단히 위험스럽다. 1930년대 부국 아르젠틴이 페론의 무상복지정책으로 인해 현재 나라의 재정상태가 어떻게 되고 있는가를 눈 여겨 보자.

최근에 유럽발 금융위기를 몰고 오고 주식시장을 매일 흔들고 있는 남부 유럽,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의 예를 보고 있으면서도 선거만을 의식해 무상복지 시리즈를 남발하는 것을 볼 때 앞으로 10, 20년 후 대한민국의 앞날이 걱정스럽기 한량이 없다.

그리스도 30년 전 만해도 2만 달러가 넘는 복지국가이면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등 모든 나라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정권들의 속칭 포플리즘에 영합한 무상복지정책으로 인해 하루하루 구제금융을 애타게 기다리면서 국민의 40% 이상이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다.

지금 여·야를 불문하고 자고나면 우리나라를 복지천국으로 만들겠다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른 천문학적인 복지재정 지출의 증가를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계속적인 경제발전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가 눈앞에 다가온 시대에 앞뒤를 가늠하면서 국민에게 올바른 정책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만 5세 이하 무상보육료, 무상의료, 무상급식, 반액 등록금, 취업 전 취업수당, 사병월급 신설, 노령수당 대폭 인상 등 수많은 검증되지 않는 정책들이 발표되면서 천문학적인 재정수요를 유발시키는 복지 만능의 시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는 스웨덴, 독일 등 복지 선진국에서 행하고 있는 일 하는 복지, 생산적인 복지 등을 통해 무상복지로 인한 국민의 도덕적인 해이를 막고 꼭 필요한 부분에 집중적인 복지정책을 펴고 있는 점을 배워야 한다.

이제는 국민이 자신에게 편하고 유리한 것만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지,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고 있는 지를 지지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허 정 에덴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