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약이 될지 모르니 남이 좋다고 하면 일단 해보자’ ‘면허는 없어도 값싸고 효과만 있으면 그만이지’라는 식의 경솔한 생각으로 자신의 귀중한 몸을 사이비 의료업자에게 맡기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최근 광주에서 무면허 업자에게 벌침 시술을 받은 환자가 혼수 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돌이키기 힘든 참 안타까운 일이다.

벌침은 벌이 갖고 있는 독으로 자극을 주어 병을 치료하는 것으로 천연의 유해자극물을 이용해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증대시켜, 질병을 치료하는 즉 이독치병(以毒治病)의 방법이다.

벌침의 주성분은 단백질의 일종인 멜라틴과 아파민으로 강력한 항염증, 면역 조절 기능이 있다. 따라서 허리디스크·척추관 협착증 등 척추질환, 퇴행성 관절염·류마티스 관절염 등 관절질환, 안면 신경마비와 같은 신경계 질환 등으로 고통받는 만성 질환 환자들에게 많이 시술된다.

하지만 살아 있는 벌을 잡아, 바로 인체에 시술할 경우 독의 양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이물질을 제거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한방 의료기관에서는 살아있는 꿀벌의 독낭에서 독을 과학적으로 추출해 정제 가공한 독을 사용한다. 그 추출한 독을 적절한 혈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침의 효과와 독의 약리적인 효과를 동시에 보는 봉독약침을 시술하고 있다.

16세기 스위스의 의학자이자 화학자인 파라셀수스는 “모든 물질은 독이다. 독이 없는 것은 없다. 올바른 양이 독과 약을 결정한다.”라고 했다. 즉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용량조절이나 적절한 시술법을 따르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인체에 매우 해로운 독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봉독을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로 전문적인 지식 없이 적절하게 양을 조절하지 않고 시술할 경우, 최근 일어난 사고처럼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면 봉독이 인체에 미치는 과민반응을 살펴보자. 즉시 나타날 수 있는 국소반응(즉시형 국소반응)은 가려움, 부종, 붉게 변하는 발적 등으로 대부분의 환자로부터 관찰되며, 이것은 봉독의 활성 성분에 의한 정상적인 반응이다. 이때는 기본적으로 별다른 처치를 하지 않아도 되고, 얼음찜 등으로 냉각시키면 된다.

그러나 아나필락시 쇼크 같은 즉시형 전신반응은 혈압이 떨어지고, 전신에 무력감이 생기고, 안면이 창백해지고, 미식거리고 토하고, 맥박이 빨라지고, 오한이 들고, 실신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런 과민반응일수록 시술을 받은 후 짧은 시간 안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초기 대처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하다.

과민반응은 젊은 청장년층이거나 여성일수록, 한 부위에 집중적으로 봉독 시술을 받을 경우, 혹은 시술 횟수가 7∼10회 시점에서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는 한의학계의 보고가 있다. 그리고 평소 약물 알레르기 소인이 있거나 심장혈관계,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과 임산부, 전신 체력이 저하된 경우에는 봉독 시술을 가급적 받지 말아야 한다. 반면에 봉독에 대해 신체가 적절한 반응을 보이고 좋은 효과가 나타나려면 환자의 체력 등 전신상태가 양호해야 한다.

이렇듯 봉독은 척추 관절 등 만성 근육골격계통 질환치료에 효과가 좋아 환자에게 인기가 있으나 잘못 사용했을 경우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때문에 봉독을 시술받고자 하는 경우 시술 경험이 풍부하고 경험을 가진 전문 한방의료기관에서 충분한 상담과 진찰 후 시술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류성룡 경희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