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에서 국민적 시선을 모은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다. 그 중에서 특히 부산에서 민주당 깃발을 달고 3선을 하게 된 조경태 의원과 광주에서 비록 낙선은 했지만 선전한 새누리당의 이정연 의원에 관심이 갔다.

조경태 의원은 이번 4·11총선에 당선됨으로써 부산에서 연속 3선을 하게 되었다. 부산에 출마한 문재인, 문성근 등 전국적 인물에 가려 언론의 큰 조명을 받지는 못했지만 조경태 의원의 3선은 놀라운 기록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성과를 부산에서 이루게 되었을까? 그 이유와 배경이 무척 궁금했다.

조경태 의원의 성공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하나는 노무현 정신을 계승해 “상식과 정의를 세우겠다”는 그의 정치 철학이었다. 그러나 연속적인 당선은 노무현이라는 상표 외에 추가 요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것은 곧 주민들에 밀착해 민생을 돌보는 의정활동이었다. 그는 국·시비 7201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한 도시철도 다대선의 건설 등 지역개발 및 서민생활과 밀접한 사업 수행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의 정치에는 이념과 민생이 함께하고 있었다.

광주 서구에 출마한 이정현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40%대의 득표율을 올렸다. 새누리당(한나라당) 후보들이 이 지역에서 10%대의 득표율을 올리면 선전했다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놀라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군사독재세력의 계승 정당 후보인데…’, 민주진영이 의회에서 과반수를 얻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데…’, ‘진보당 후보도 한 명쯤 당선시켜주어야 하는데…’ 등의 생각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그를 지지하면서도 투표장에서는 다른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이 꽤 많았을 것이다. 이정현 의원의 성적표는 민주당이 30% 이상의 기본 득표율을 유지하는 분위기 속에서 당선된 부산의 조경태 의원보다 더 화려하게 보인다.

이정현 의원이 광주에서 성공한 것은 그가 광주·전남지역에 쏟은 정성 때문이다. 혹자는 국회의원이 국가적 사안에 정진해야지 지역구 사업이나 하는 사람이냐고 그의 역할을 폄하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1960년 전체 인구의 23.8%를 차지했던 호남지역 인구가 2010년에는 10.5%로 줄어들었다. 한국 사회의 모순 중에 지역 간의 불균형 성장보다 더 큰 모순이 있을까?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혹은 특정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능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공정한 사회나 민주적 사회가 아니다. 낙후된 이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은 단순한 지역적 주제가 아니라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평가해 주어야 한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야당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유감스러운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이 지역을 위해 헌신한 국회의원, 그래서 지역민들로부터 우리의 진정한 대변자라고 평가받은 민주당 의원들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뿐인가? 조경태 의원은 노무현 정신으로 무장했다는데, 지금 이 지역 출신 국회의원 중에 과연 호남 지역과 운명적 관계를 갖고 있는 세계적 인물 ‘DJ의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민주당 의원들이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의 지지와 정권교체를 역설하려면 먼저 이 지역민들의 꿈과 아픔을 뼛속까지 이해하고 함께하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이 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조경태 의원과 이정현 의원에게서 많이 배워야 한다.

〈최영태 전남대 교수·역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