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과 같은 봄철은 순환기내과 의료진이 여느 때보다 긴장하고 지내는 날이 많다. 평소 만성질환이 있는 어르신들이 갑작스런 심뇌혈관계 이상 증상이 덤으로 생겨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른 질병이 동반되면 그만큼 사망위험도 높아져, 더욱 주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끔은 ‘생명이 움트는 봄철이 순환기내과에 있어선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무서운 계절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봄철 진료현장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심혈관질환은 단연 고혈압과 고지혈증이다. 두 질환은 각기 세계적인 발병률을 보이는 만성질환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쌍둥이 질환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닮았고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 환자의 절반 가량(49.7%)이 고지혈증을, 고지혈증 환자의 절반 가량(48.3%)이 고혈압을 동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므로 중년층 이상은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으며, 고혈압 또는 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환자도 반드시 쌍둥이 질환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발병 원인이 매우 유사하다. 짜거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잘못된 식습관, 비만, 흡연 등이 발병 원인으로 작용하며, 두 질환 모두 자각증상이나 고통이 따르지 않아 방심하다 뒤늦게 치료받는 경우도 많다.

두 질환의 가장 무서운 공통점은 뇌졸중, 심근경색증과 같은 심혈관 합병증이 주요 위험인자로 작용해 심뇌혈관 사망률을 높이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더 위험한 질병을 불러들여 인체를 돌이킬 수 없게 망가뜨리는 셈이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극복하기 위해선 평소 꾸준히 치료제를 복용해 혈압과 혈중지질수치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 바로 두 질환의 통합 관리와 치료다.

해외 최신 치료지침에서는 혈압 및 혈중지질 등의 위험인자가 함께 증가하면 두 질환의 상승작용에 의해 심혈관계 위험이 개별 질환의 위험을 더한 것보다 높아진다고 보고, 동반된 심혈관계 질환 관리를 위해 초기단계부터의 치료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므로 쌍둥이 질환 중 한 가지를 지닌 분이라면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통해 통합적인 치료전략을 함께 세워야 한다.

쌍둥이 질환의 통합 치료는 약물로도 간편하게 실행할 수 있다. 고혈압·고지혈증 치료제의 경우, 오랜 기간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을 결합한 복합제가 나와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고지혈증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고혈압과 고지혈증 치료제를 하나로 합친 복합제는 각 치료제를 따로 복용할 때보다 쌍둥이 질환의 두 가지 목표 수치에 모두 도달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정제를 하루에도 여러 번 챙겨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지고 하루 한 번만 복용함으로써 매우 편리할 뿐 아니라 저렴한 약값으로 경제적인 부담도 줄이고 약을 꾸준히 잘 복용하게 돼 결국 치료 효과도 높일 수 있다. 즉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한 알로 된 복합제가 복용하기도 쉽고 약값도 싸며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일상 생활에서는 흡연과 음주를 피해 혈관을 유연하게 유지하고 저염식, 저지방식 등 식이 조절을 반드시 병행해야 쌍둥이 질환이 가져올 수 있는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막을 수 있다.

〈정명호 보건복지부 지정 심장질환 특성화 연구 센터장·전남대 순환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