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culture)라는 단어는 라틴어의 colere (경작하다)라는 동사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어원에 따르면 문화란 ‘경작되어지는 것’ 혹은 ‘끊임없이 변화되는 것’이라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단일문화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만의 문화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모든 문화는 어떠한 형태든지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계속해서 경작되어져야 합니다.

과거 우리는 단일민족으로서 단일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길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만의 단일문화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아무튼 전 세계 국가 중 유일하게 분단된 나라인 대한민국에도 세계화의 바람이 불어 이곳 삼호에도 외국인 이주 노동자가 아니면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실정이 됐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100만 시대 그리고 외국인 결혼 이민자 200만 시대가 우리의 현주소입니다. 작금의 현실 앞에서 그렇다면 나는, 우리는 과연 다민족사회와 다문화 사회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는가?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든 외국인 관련 2가지 커다란 뉴스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씨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수원에서 20대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오원춘씨 사건입니다.

이 뉴스를 접한 사람들 중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네가 뭔데 국회의원을 하느냐. 너희 나라로 가라”, “조선족은 인육을 먹는다” 등과 같은 모욕을 쏟아내며 ‘외국인 혐오’(제노포비아)를 들어내었습니다. 이러한 외국인 혐오를 행동으로 옮기며 외국인을 괴롭히는 단체를 결성하는 경우도 생겨났습니다. 소위 말하는 캑 (KEK: Kill White in Korea)이라는 단체는 “외국인을 한 명씩 처단하겠다. 소란 피우지 말고 한국을 떠나라”는 메일을 발송했다고 합니다.

다민족사회와 다문화사회가 가져다주는 다(多)의 의미는 무엇일까? 민족과 문화의 단일성, 순수성 그리고 통일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다’는 우리와 차이(差異)가 나는 것, 이질적인 것 혹은 순수성을 혼탁하게 만드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방성, 연대성 그리고 세계화의 관점에서 보면 ‘다’는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것, 우리 사회를 풍성하고 다양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세계화는 필연적인 과제이고 개방은 세계와 호흡을 위하여 필요한 조건이라면, 다문화와 다민족은 나를 그리고 우리를 더욱 풍요롭고 다양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다’를 통한 사회의 다양성은 흑백 사진을 뛰어넘어 다양한 색깔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 내는 컬러입니다.

2000년전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이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들에게도 할례를 베풀고 모세의 율법을 지키라고 명령해야한다”라고 불평을 하면서 차별을 강조하자 사도들과 원로들이 예루살렘에 모여 이것을 논의하였는데, 이때 베드로 사도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하신 것처럼 그들에게도 성령을 주시어 그들을 인정해 주셨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예루살렘 회의를 통해 유다인 그리스도인들이 이방인 그리스도인들도 같은 형제자매로 인정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교회는 더욱 풍요롭고 다양한 교회의 영적이고 외적인 자산이 늘어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다민족 다문화의 ‘다’는 풍요로움과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더욱 성숙한 사회가 되느냐 마느냐는 바로 이 ‘다’의 새로운 발견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여러분에게 ‘다’는 어떤 의미입니까? 나는 ‘다’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습니까?

〈윤빈호 영암삼호성당 주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