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말이면 서울과 광주송정역간의 KTX가 개통된다. 현재 2시간 52분 정도 소요되던 시간이 1시간 11분으로 짧아진다. KTX 완전개통은 광주전남의 미래에는 기회이자 위기이다.

특히 의료산업과 유통은 위기가 될 가능성이 커 적절한 대비가 필요하다. 유통은 경제적인 측면이 크지만 의료는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복지, 지역민의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만약 의료의 빨대효과가 일어난다면 현재의 대학병원이 2차 병원의 역할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될 것이고, 의료수요가 서울로 빠져나가면서 지역의 우수한 의료 인력이 서울 등으로 유출될 것이다. 이 경우 한번 비정상화면 의료시스템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어렵고 지역민들이 전문적인 3차 진료를 보기 위해서 서울로 가야 하는 불편한 현실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개통이 되지 않은 현재 상황도 심각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KTX 영향권 주요도시의 의료비 현황’에 따르면 광주는 수도권 입원 및 외래환자 이용률이 각각 13.2%, 19.7%로 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았다. KTX 완전개통이 되면 더 심각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부분은 암환자 치료다. 현재 광주·전남 암환자는 전남대·조선대병원에서 치료를 담당하고 있고,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오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부산의 KTX 개통 이후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의료 만족도는 수도권의 대형 병원이 높았지만 접근성에서는 지역이 월등하다는 결과가 있었다. 수도권의 접근성이 높아지면 그만큼 환자의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광주·전남 암환자 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화순 전남대 병원이 광주·전남 서부지역주민들에게는 접근성이 현재도 많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KTX 완전개통 뒤에는 오히려 접근성에서 서울의 메이저 병원들에도 뒤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접근성과 시설에서 뒤지지 않는 추가적인 10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 확충이 필요하다.

의원급에서는 성형외과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KTX 개통 뒤 대구 등지에서는 많은 환자가 서울로 올라가면서 지역 의사들이 병원을 폐업하고, 서울의 월급의사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KTX 개통이 광주지역 의료산업과 인프라에 꼭 위기만은 아니다. 오히려 역 빨대 효과를 노려볼 수도 있다. 의료산업은 좋은 의료 인력과 시설이 있다면 꼭 수도권에 있지 않더라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일례로 미국에서 최고로 꼽는 좁스 홉킨스 병원은 인구 65만의 볼티모어에 있고, 보스톤의 메사추세츠 병원과 미네소타의 메이요 클리닉도 미국의 대도시에 있지 않다.

암환자 치료에 있어서는 치료와 함께 요양이 필수적이다. 광주·전남지역의 우수한 자연환경에서 편안한 요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적 연결이 가능하다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성형외과 시장에 있어서도 기회가 될 수 있다. KTX 개통은 인천공항까지 한 번에 연결되므로 이를 이용해 외국 환자 유치가 훨씬 편해질 수 있다. 또한 서울에서 환자가 내려와서 수술을 받고 올라가기에도 편하다.

의료산업은 우수한 의료인력과 장비 그리고 시설이 어울려야 한다. 이제 의료인력의 역외 유출을 막고 서울의 우수한 인력을 광주로 불러들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또한 장비와 시설의 확충이 광주지역 의료시장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이상혁 SM美성형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