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이 다 가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가 교육 강국일까? 기회만 있으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칭찬하는 것이 한국의 교육이다. 그럴수록 우려가 앞선다.

교육열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대학입시에 대한 열기다. 좋은 대학, 원하는 대학에 보내는 것이 교육열의 알파요, 오메가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학생과 학부모, 중·고등학교가 가지고 있는 교육열의 실체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대학입시가 과열되는 근본 원인은 대학 졸업장이 더 높은 임금과 지위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와 특정 소수 명문대학에 입학하기만 하면 사회적 성공이 보장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는 두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가운데 좋은 직장과 직업의 세계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누가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들어가느냐?” 하는 입시제도에만 대부분의 사람이 관심을 갖는다. 대학에 들어가 자녀가 어떻게 자기를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의 고민은 뒷전이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직업만족도가 가장 낮다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어릴 적부터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과외를 뱅뱅 돌리는 젊은 부모들을 본다. “피카소와 모차르트가 될 수 있는 아이조차 죄다 수학경시대회에 내보내는 경쟁구조로는 세계와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일류대학 진학 여부가 자식농사의 성패로 인식되는 답답한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부업을 해서라도 자식 과외를 시키려는 부모를 나무랄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자녀의 성적이 엄마의 성적이 되는 현실에서 ‘맹모형(孟母型) 이민’이 날로 늘어나고 있음도 사실이다. 최저 출산율로 국내 인구는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으나, 재외국민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건 조기유학으로 인한 ‘기러기 가족’ 때문이다.

몇 년 전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지는 “미국 전역에서 수백만 명의 학부모가 자녀들을 학교에서 축구장으로, 피아노 교습소로 태워다 주고 숙제를 돌봐주느라 매일 정신없이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면서 미국에서의 자식농사를 ‘결승점이 보이지 않는 철인 3종 경기’에 비유한 적이 있다.

우리 사회는 대졸자가 아니면 안정적이고 좋은 직장에 지원서도 낼 수 없다. 이러한 차별적이고 불공정한 악순환의 고리가 너도 나도 대학으로 내몰고 있음을 본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학벌주의, 지역 편중, 특정학교 편중의 덫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함은 물론이다. 선진국의 경우 대학 진학률이 40% 정도이나 우리의 경우 84%에 달하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선진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누가 뭐래도 교육은 우리의 희망이요, 미래의 자원이다. ‘공정한 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패자부활전을 사회 곳곳에 적용하고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초등학교에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중학교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마찬가지로 이러한 기회가 고등학교, 대학교, 취업, 승진 등에서 보장될 때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불평등 중 상당 부분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눈높이만 잔뜩 높아진 고학력 사회에서 최근 ‘고졸채용’ 확대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학연, 지연, 혈연, 성별 등을 모두 가리고 오직 실력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패자부활이 사회 곳곳에서, 인생의 여러 단계에서 가능하도록 확대해 나가는 것이 교육 강국이 되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송민석 UNIST 위촉입학사정관·전 여천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