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만두의 파탄쪽에 내가 자주 가는 ‘베이커리 카페’라는 식당이 있다. 이 식당에서는 매니저와 카운터 계산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종업원들이 청각장애인들과 언어장애인들이다.

처음에는 좀 어색해 보였지만 자주 다니다 보니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는데 별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음식도 맛있고 그 식당에서 식사하고 배탈 난 적이 없었다는 외국인 친구들의 소개를 받은 후로 단골이 되었다.

어느 날 2층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데 주문을 받으러 온 종업원이 말을 했다. 그것도 네팔어나 영어가 아니라 “한국에서 오셨어요?”라고 약간은 서툴지만 분명한 우리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자기는 한국에 근로자로 가기 위하여 EPS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하고 순서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자기소개를 했다.

이렇게 서로 안면을 익힌 후 내가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기만 하면 그 친구가 만면에 웃음을 띠고 주문을 받으러 온다. 그는 몇 마디의 한국어를 연습하고 나 역시 몇 마디 네팔어를 연습하기도 한다.

얼마 전 네팔 신문에는 한국에 근로자를 보내는 15개국 중에서 네팔이 가장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한국에 고용 인력을 보내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한국은 봉급을 많이 주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대우도 좋아서 네팔인 근로자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나라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네팔의 가장 큰 수입원이 관광 수입이 아니라 한국, 중동, 인도, 말레이시아 등 외국에 나가서 일하는 네팔 근로자들의 송금이라고 한다. 이런 근로자들이 벌어들이는 외화들이 네팔의 발전을 위하여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서독에 광부로, 간호사로 나가서 일하거나, 중동의 건설공사 현장에서 일하여 벌어들인 돈들이 개인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국가발전을 위한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했던 것을 기억한다.

네팔 EPS 센터의 김병천 센터장에 의하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내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 노동조합의 결성을 허용한 나라가 전 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가 그만큼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 외국인 근로자 노동조합의 대표가 네팔인이라고 했다. 네팔인들이 영어를 할 뿐만 아니라 한국말을 잘하고 리더십이 있어서 대표로 뽑힌 것 같다. 제발 큰 문제 일으키지 말고 한국인 고용주와 외국인 근로자 간에 적절한 중재역할을 잘했으면 좋겠다. 회사가 부도가 나거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제때에 월급을 못 받고 억울한 일을 당한 외국인 근로자들도 많이 있겠지만, 정신 못 차린 외국인 근로자들 때문에 무던히도 속 썩는 한국인 고용주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안다.

이 베이커리 카페 식당은 안에서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밖에서도 우리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나곤 한다. 이 식당 근처에서 행인들, 특히 외국인을 대상으로 구걸하는 할머니와 어린 걸인 아이가 있다. 두 사람이 가족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동업자임에는 틀림없다. 그들이 식당에 들어가려는 손님들의 소매나 옷자락을 부여잡고 배고프다는 시늉을 하면서 돈을 달라고 조르는 것을 흔히 본다. 지저분한 몰골에 깡통이나 양재기를 들이대면서 식당에 들어가려는 손님을 집요하게 앞을 막아서면서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번도 매니저가 이들을 쫓거나, 손님을 위하여 식당 문을 열어주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어쩌면 식당 주인은 그 걸인들이 자기 업소 앞에서 빌어먹고 살라고 묵인을 하는 것 같다. 베이커리 카페는 특별한 식당이라는 생각이 든다.

〈파탄의대 객원 교수·전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