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90년대는 한국에서 학생운동이 최절정기에 달했던 시기이다. 전국 규모의 집회가 열릴 때는 10만 이상의 학생들이 모여들만큼 그 조직력과 열기가 강하고 뜨거웠다. 이 시기 광주·전남지역 소재 대학들, 특히 전남대는 전국 학생운동의 중심에 위치했다. 전남대 총학생회장들이 90년대에만 전국 학생운동 조직인 전대협과 한총련 의장을 세 차례(1990년, 1996년, 1997년)나 역임했다는 사실이 이를 잘 입증해주고 있다.

이 시기 대학생들은 정치적 민주화 및 민족문제 외에 노동자, 농민 문제 등 민중과 사회민주화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 젊은이들의 이상주의적 경향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지방대생들이 자신들의 문제인 지방대 문제에 너무 무관심했던 점이 특히 그러했다. 민주 사회는 기회의 공정성이 보장되는 사회이다. 지방대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업 등에서 능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나 정의의 원칙에 어긋난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매 학기 강의시간마다 학생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지만 그 어떤 해에도 전남대 총학생회가 이런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지방대생 문제는 민주주의나 통일 문제, 혹은 노동자·농민문제 등과 비교할 때 너무 사소한 혹은 지엽적인 문제라고 판단해서였을까? 현재 지방 명문대들은 거의 사라져 버렸고, 대부분의 지방대학들은 신입생 충원문제로, 학생들은 취업문제로 심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만약 이 지역 학생들이 지난 시절 지방대생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대통령 선거가 6개월도 남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경우는 대선후보가 사실상 박근혜 의원으로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으며, 대선에 내놓을 정책마련에 고심하는 국면인 것 같다. 민주당의 경우는 대선 후보를 뽑는 과정에 돌입했고, 여러 명의 후보자들이 경쟁에 나서면서 그 열기가 뜨겁다. 경선에 나설 후보들이 개별적으로 주요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으며 당은 당대로 정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 시점에서 호남 유권자들이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은 무엇일까? 나는 지역균형 및 지방분권 문제를 들고 싶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호남인들은 선거 국면에서 민주화를 최우선적인 관심사로 삼았다. MB 정부하에서 많은 후퇴가 진행중이지만 그래도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하는 데는 호남인들의 역할이 컸다. 앞으로도 그런 자세는 견지하되, 그러나 이제 최우선적인 주제는 바꾸었으면 좋겠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발전과 달리 지방, 특히 이 지역의 상황이 너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 토대를 둔 기업의 우대와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 활성화, 지방정부의 권한 및 지방재정의 강화, 지방대의 육성 등이 이번 대선에서 각 정당의 핵심 공약이 되도록 만들자. 지난 시절 이 지역 학생운동이 정작 지방대생 자신들의 문제에 소홀히 대처한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타산지석으로 삼자. 경제인, 언론, 시민사회, 대학 등 각 주체들이 모두 나서 어떤 정당, 어떤 대선 후보가 지역균형발전 및 지방분권 문제에 더 많은 관심과 진정성을 보이는 지를 면밀히 검증하도록 하자.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 직접 지역발전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압박하는 운동을 전개하자.

지역균형 발전은 한국 사회를 보다 공정한 사회로, 그리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필수 코스라는 인식하에 이 문제에 보다 당당하게 대처하자.

〈전남대 교수·역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