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개원 초기 중풍(뇌졸중) 예방 주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런 주사가 있어요?’ 나는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레이저가 달린 바늘을 혈관에 꽂고 있으면 피가 맑아져서 중풍이 예방되는 레이저 혈관 침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레이저 혈관침은 효과가 없다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나의 갖은 설명에도 환자들의 중풍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없었다.

그러나 레이저 혈관 침의 위세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어느 곳에선 서비스로 해줄 정도로 시들해져 갔다. 그 때쯤 고혈압약을 드시는 어르신들 중에 손에 붕대를 감고 오시는 분들이 많았다. 어디서 다치셨냐고 물어보면 중풍에 안 걸린다고 해 용한 사람이 있다는 시골까지 가 손바닥을 칼로 찢었다는 것이다. 혼자서도 아니고 여럿이 함께 갔다 왔다는 분들도 많았다. 할 말을 잃었다. 몇 달 후 신문 사회면에 그 시술을 한 사람이 구속됐다는 기사가 실린 후 그 여행도 끝이 났다.

최근에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치매 예방 주사를 놓느냐는 것이다. 아들이 산부인과 의사인 한 어르신이 왜 주사를 놓지 않느냐고 물으셔서 ‘효과 없습니다. 아드님께 물어보시죠’라고 답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사를 맞으셨다. 200cc 정도 되는 혈관 주사를 10번 맞았다는 것이다. 아들에게 물어봤냐고 여쭸더니 ‘난 아들에겐 안 물어봐. 진짜 효과 없어?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맞았어’라고 하신다. 적지 않는 돈인데 치매라는 공포는 이성도 마비시킨다. 또 큰 부작용이 없다면 객관적 치료효과의 검증이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치매(dementia)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정신이 없어진 것’ 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정상적인 지적능력을 유지하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기억력, 언어 능력, 판단력, 사고력 등의 지적기능이 지속적이고 전반적으로 저하돼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이 생긴다. 치매의 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약 50∼60%를 차지하고, 다음으로 혈관성 치매가 20∼30%를 차지하며, 나머지 10∼30%는 기타 원인에 의한다. 혈관성 치매는 당뇨나 고혈압처럼 뇌혈관의 동맥경화증을 일으켜서 생기거나 이러한 병으로 인해 중풍을 반복해서 앓게 되면 생긴다.

이 때문에 중풍의 위험인자를 지닌 사람이나 이미 뇌졸중 병력이 있는 사람 모두 예방 및 관리가 필요하다. 즉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병과 같은 위험 질환을 약물치료 등으로 관리하면서 금연과 규칙적인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을 해야 한다. 주사 한 방으로 해결할 수 없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이상단백질이 뇌에 쌓여 발생한다. 미 국립보건원(NIH)은 1600만달러를 지원해 남미 콜롬비아의 안티오키아 지역에 거주하는 치매 유전자를 지닌 특수 가계에서 선발된 300명을 대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약으로 예방이 가능한지 또는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최초의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진정한 의미의 치매 예방 주사가 탄생할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그리고 그 결과는 조간 신문의 일면이나 텔레비전의 저녁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으리라.

〈우리들 내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