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료심의위원회에서는 매년 각 의과대학에 평가 요원들을 보내서 교육시설, 교육과정, 교수요원 확보 등에 대한 구체적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모든 교수들을 개별 면담을 통하여 확인한다. 그 결과는 다음해의 학생 모집에 영향을 끼쳐서 기준에 미달되면 정원을 줄인다고 했다.

나는 올 12월 말까지 객원교수로서 1년 계약을 맺었지만 7, 8월에 일시 귀국을 하기로 대학 측에 양해를 구했다. 7월 말에 중국 연변의 조선족 어린이들을 초청하여 한·중 청소년 과학캠프를 열기로 일 년 전에 연변 측과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5년 동안 ‘광주전남 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연변의 조선족 소학교에서 과학축제와 과학 시범 수업 등을 진행하였다. 올해에는 우리가 중국을 방문하는 대신, 조선족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 10명과 교사 두 사람을 초청하였다. 광주에서의 모든 경비는 우리 측에서 부담하지만 항공료 등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교사들은 출장비를 지원받았고 어린이들은 100만 원씩을 냈다고 했다. 참가자 열 명 중 다섯 아이는 한국에 엄마나 부모가 일하러 와 있어서 이산가족 재회 기회가 되었으니 이번 행사의 의의가 크다고 연변 측 관계자가 말해 주었다.

일행은 과천과학관과 화성시문화재단을 거쳐 일정의 절반인 3박 4일을 광주에서 보내기 위하여 밤늦게 도착했다. 다음날 아침 엑스포 관람을 위하여 여수로 떠나는 아이들은 별로 피곤한 기색도 없이 마냥 행복해 보였다. 여러 시간의 지루한 기다림도 잘 참아내고 마지막 빅오쇼까지 보고 밤 12시가 가까워서야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에 미국, 중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세 나라의 어린이들이 모였다. 예정에 없던 미국 교포 아이까지 참석하였기에 영어로 진행을 시도했더니 놀랍게도 우리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연변 아이들도 제법 통하는 것이었다. 오전에는 과학실험을 하고 오후에는 새로 나온 ‘프레지(prezi)’라는 ‘줌(zoom)’이 되는 파워포인트를 가르쳤다. 이어서 프레지를 사용하여 학부모 앞에서 발표시간을 가졌다.

연변 아이들은 ‘녹색성장’을 주제로 준비해 왔기에 비슷한 내용이었다. 전년도에 자유주제로 창의적 접근을 시도했더니 아이들의 무한 상상에 대하여 중국 관계자가 ‘비현실적’이라고 평하던 것이 생각났다. 우리는 창의적 발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유주제를 고수하였다. 두 나라의 정치와 사고 체제를 반영하는 것 같았다.

발표시간에 연변 어린이들은 환경보호의 중요성과 실천 방법에 대하여 모두 분명한 어조와 큰 목소리로 당당하게 발표를 해서 우리 모두의 감탄을 자아냈다. 중국 특유의 발표 문화 속에서 어린이들은 평소 훈련이 잘 된 것 같았다.

반면, 미국 교포를 포함한 우리 아이들은 다양한 주제로 발표를 하였다. ‘기니피그의 생각을 알 수 있는 통역기’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등, 창의성이 돋보이고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는 것은 좋았지만 목소리가 작고 이야기하듯 발표를 했다.

연변 어린이들의 깍듯한 인사 예절과 점심시간에 어른들에게 물을 떠다 주는 것 등이 눈에 띄었다. 발표 태도, 인사성, 남에 대한 배려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연변 어린이들로부터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웠을 것이다. 연변 어린이들은 우리 쪽 또래들로부터 생각의 다양성, 창의성 등을 배웠을 것이다.

내년에는 네팔 어린이들도 과학캠프에 초청하고 영어로 진행해도 될 것 같다. 그때는 민속 문화 탐방과 또래들의 교류 증진을 위하여 민박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네팔 어린이들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한국에서의 경험이 그들의 장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경비는 어떻게 마련할지 등 벌써부터 기대와 우려가 교차된다.

〈파탄의대 객원 교수·전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