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불볕더위가 한창인 요즘 필자가 운영하는 사랑모아주간보호센터의 사회복지사들은 이른 아침부터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바삐 움직인다. 이용자들이 등원하기 전 비록 이용공간이 비좁고 불편함은 있지만 하루를 쾌적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깨끗하게 청소하고 선풍기와 에어컨을 미리 켜놓고 등원하는 이용자를 맞이하고 한여름 땡볕이 내리쬐는 더위를 피해 나무그늘과 가까운 계곡 등의 시원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도 여름날씨만큼 속이 답답하고 덥다. 지난 2월, 광주일보 은펜칼럼에 ‘갈 곳 없는 장애인시설’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재했었다. 주간보호 이용자들이 보다 쾌적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전을 계획하고 건물과 신축부지를 알아보고 다니며 경험했던 장애인에 대한 시민들의 님비현상에 대한 내용이었다.

1년여 만에 적합한 땅을 매입하고 6월부터 공사가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수개월 동안 표류중이다. 신축부지 앞에 ‘결사반대! 주택가에 장애인시설이 웬말이냐’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반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내 이웃에 장애인들이 사는 게 싫다’, 3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는 젊은 아주머니는 필자를 몇 번 마주치지 않았지만 필자(지체장애 3급)의 보행모습을 벌써부터 아들이 흉내를 내어 안 되겠다고 한다.

‘땅값이, 집값이 떨어진다’

‘아이들의 교육상 안 되겠다’

‘장애인이 함부로 집안으로 들어와 피해를 줄 것 같아 안 되겠다’

‘내 자녀들에게 돌멩이를 던질 것 같아 안 되겠다’

소그룹 거주시설인 그룹 홈 식구들이 잠을 안 자고 늦게까지 불을 환하게 켜놓고 있으니 안 되겠다. 등등의 합리적이지도 명분도 없는 이유들을 대면서 안 된다고만 한다. 그리고는 대체부지를 알아보라고 한다.

관할 행정기관에서의 법적인 절차는 이미 이의없음으로 6월에 신축 허가를 처리할 단계였지만 주민민원발생으로 인해 어느 정도 해결하고 추진하자는 내용을 필자에게 제안하여 이미 몇 차례 허가를 연기하면서 주민들과의 대화시간을 가져보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이해와 설득을 하는 과정도 몇 차례 거쳤다. 하지만 현재까지 반대는 여전하다.

2007년에 제정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조에 의하면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6조 (차별금지)

누구든지 장애 또는 과거의 장애경력 또는 장애가 있다고 추측됨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8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

①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및 장애인 관련자에 대한 모든 차별을 방지하고 차별받은 장애인 등의 권리를 구제할 책임이 있으며, 장애인 차별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이 법에서 규정한 차별 시정에 대하여 적극적인 조치를 하여야 한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차별의식의 깊은 골과 마주한 제2의 도가니가 법·제도가 마련되어 있다고 해서 장애인들의 정당한 권리보장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용이함은 있어도 모든 장애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장벽을 해소하는 것은 부족함이 있다.

세계 속에 인권의 도시로 우뚝 서 위상을 날리고 있는 광주의 불편한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가 실질적인 인권감수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여 실천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사)광주장애인가족복지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