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젊은 한 쌍이 유전 상담을 위해 외래 진료실을 방문했다. 남편 될 사람이 구순열(선천적으로 윗입술이 갈라지는 모양)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한테 놀림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외모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젊은이는 앞으로 태어날 2세에게까지 같은 아픔을 주게 될까봐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구순열은 유전적 소인이나 복용약물의 연관성도 제시되고 있으나 원인 모르게 발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현대 의학은 어지간한 구순열은 성형수술로 감쪽같이 해결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세상은 그런 소소한 이상 징후도 근심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구순열은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에게서도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10여 년 전인가, 산전(産前) 진찰 중에 태아에게 구순열이 있음을 진단한 적이 있다.

해당 부부에게 걱정 마시라고 가볍게 말을 했는데, 남편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다. “아니, 태아한테 문제가 생겼는데, 선생님은 제 입장이 아니라고 이렇게 말씀해도 되는 겁니까?”

물론 따지고 드는 남편의 심정이야 이해하지만, 나는 웃으면서 응수했다. “뭘 그렇게 걱정하세요. 건강하게 출산하도록 하면 되지요.” 의사의 자신감 있는 태도 때문인지 남편도 못내 쑥스러운 미소를 떠올렸다.

외모 문제는 사실, 우리 가정에도 있었던 일이었다. 내 둘째 아들은 복부에 커다란 갈색 반점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 가슴이 덜컥했지만, 이미 일어난 사실이었다. ‘우리 아들은 배에 복점이 있어서 잃어버려도 금방 찾을 수 있겠네.’ 걱정하는 아내를 그런 농담으로 달래주었다.

그 갈색 반점은 아이의 성장과 함께 계속 커갔다. 어린 시절 녀석은 수영장에서도 그 반점을 손으로 가리면서 물에 들어가곤 했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녀석은 그것을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었다. 대학에서 육상대표 선수로 뛰는 아이는 이제 그 복점을 환하게 드러내면서 달리곤 한다.

한국 사회가 외모지상주의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얼굴이 잘생기면 모든 게 용서되는 사회. 입사 시험에서 스펙보다 더 중요한 것이 외모라는 말이 공공연히 떠도는 사회가 한국 사회다.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고, 별것도 아닌 것을 깊숙이 숨기는 사회. 거의 모든 심리학자들이 한국 사회의 최대 문제를 ‘불안’으로 꼽고 있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이 그 ‘불안’의 배경을 설명해준다.

외모 콤플렉스도 ‘불안한 한국 사회’의 단면에 일조를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자신의 외모를 제아무리 뜯어고쳐도 언젠가는 허물어지고 말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으로 해서 생긴 불안일까. ‘불안’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현재의 파괴이다.

외모 지상주의, 스펙 우선주의, 학벌·학력 우월주의와는 상관없이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고, 열려가고 있다. 우리와 얼굴색이 다르고 몸집이 다른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이주여성, 상사 주재원 등이 이제 120만을 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경쟁과 비교 따위나 붙들고 있는 좁은 시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개방의 시대에, 우리는 서 있다. 키가 크든 작든, 학벌이 있든 없든, 코가 높든 낮든, 전라도 태생이든 경상도 태생이든,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아니라면, 당신의 의식은 세계의 변방에 있다고 봐야 한다.

외모 따위나 비교하면서 우월감을 느끼고 싶다면, 바로 그 우월감이 자신의 콤플렉스임을 알아야 한다. 오늘 이 시대의 현실에서 보면 한마디로, 촌스러운 감정 상태이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한다면 남을 의식해서 스스로 느끼는 자기 콤플렉스도 줄어드는 선진 문화사회가 빨리 도래할 것이다.



〈시엘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