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가장 매스컴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는 ‘경제민주화’가 아닐까 싶다. 경제와 민주화가 합해진 단어이니 어감도 좋고 듣기에도 그럴싸하지만 정작 그 의미를 명확히 설명하는 이는 선뜻 찾아보기 어렵다. 대체로 지난 수 십 년 동안 경제성장이 부의 집중을 가져왔고 그 부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공으로 쌓은 부가 아니므로 서민과 중소기업 등과 나눌 수 있도록 사회에 환원하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균등한 기회를 주자는 의미인 듯하다.

그러나 소득 재분배와 공정한 기회 부여 중 어느 쪽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정책방향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자는 부의 집중을 견제하고 규제를 강화하여 성장을 저해할 공산이 크고, 후자는 정책효과가 시일이 걸리게 마련이므로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큰 것이다.

민주화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이 단어가 이토록 큰 반향을 얻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분배구조가 불공평하다거나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민주화되지 못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실제로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부가 불평등하다고 느끼고 있고 이를 개선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세계적으로도 다르지 않다.

이런 시장실패를 극복할 대안은 없을까?

협동조합을 활성화하고 육성하는 것이 이런 시장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대안일 것이다. UN에서는 올 해를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한 바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는 지금 협동조합을 재조명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협동조합은 노동자 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들이 단합해 스스로의 힘과 협력을 바탕으로 대자본에 맞서기 위해 구매조합을 설립한데서부터 시작한 조직이다. 자본가들이 독점하고 있는 상품들을 다수의 구매자가 힘을 합해 협상력을 높임으로써 유리한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하는데서 출발하여 자신들이 생산한 상품을 공동으로 운송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판매협동조합 등으로 발전해 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미국의 썬키스트나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 세계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AP통신도 협동조합이며, 프랑스의 크레디 아그리콜, 네델란드의 라보뱅크 역시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이 새삼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기업과는 다른 목적과 소유구조 때문이다. 기업이 이윤의 극대화와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반면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향상에 목적을 두고 있다. 주식에 비례한 의사결정권을 가진 주식회사는 소수의 자본가들에 의해 움직이지만 협동조합은 1인 1표주의가 원칙이므로 그만큼 더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가와 배당에만 매달리는 주주와 달리 조합원들은 협동조합의 소유자이면서 동시에 이용자이기 때문에 주인이자 고객으로서 서로간의 협동으로 사업의 목적을 달성해 가는 것이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역할이 주목받게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12월 1일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이 탄생하고 조합원 수가 늘어나 협동조합이 더욱 활성화된다면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논란도 양극화도 자연스레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05년 수상자·농협중앙회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