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는 인도의 동쪽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살고 있는 가상인물이다. 그의 세수는 올해 4345세이고 슬하에 7000만 명이 넘는 가족들을 거느리고 있다. 한국씨의 가족들은 지금 남과 북, 두 편으로 나뉘어 살고 있다. 그의 영토는 100여 년 전에 간도일대를 외세에 의해 중국에 할양한 후, 현재 절반도 남지 않았는데, 그것도 남북으로 갈라져 형제들 간에 집안싸움을 하는 것이 제일 속이 상한다.

또한 밖으로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로 불리는 거족들에 의해 경제문제, 외교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최근에는 한국씨의 소유인 독섬을 바다 건너 일본이 자기의 땅이라고 우기니 답답할 따름이다.

그래도 지난 8월에는 한국씨의 기분이 근래에 있어 가장 좋았다. 런던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그의 자손들이 금매달을 13개나 따서 세계 5위를 했으며, 축구에서는 독섬문제 등으로 유감이 많은 일본을 2대0으로 완벽하게 이기고 역사상 첫 동메달을 따서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한국씨는 금년 들어 작은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5년마다 열리는 12월 대권계승대회를 앞두고 현재 몇 명의 후보들이 서로가 적임자라고 나서고 있는 데, 과연 누가 적임자인지, 누가 대업을 잘 이어갈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자칫 잘 못 뽑으면 나라가 시끄럽고, 백성들의 삶이 팍팍할뿐더러, 지역간, 계층간, 남북 형제간의 다툼으로 나라꼴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씨는 역대 대권계승자들을 떠올리며, 욕심이 과한 자들은 모두 운명이 순탄치 못했다고 회고한다.

초대 이박사는 4사5입 개헌으로 중임제한을 없애고, 정권을 연장했지만 집권 12년 만에 결국 하와이로 망명했고, 세 번째 박소장은 군사 쿠데타로 대권을 빼앗은 뒤, 삼선개헌으로 정권을 연장했지만 집권 18년 만에 불행한 최후를 마쳤으며, 그 다음 전소장은 80년대 초 서울의 봄과 5.18을 무력으로 짓밟고 대권을 강탈하여 7년을 집권했으나, 결국 감옥과 백담사 유배를 거쳐 지금은 백성들의 조소 속에 살고 있다며 혀를 찬다.

한국씨는 그래도 지난 15년간이 가장 살만 했다고 이야기한다. 오랜 역경을 극복하고 4수 끝에 대권을 쟁취한 김후보가 어찌됐던 IMF를 조기에 극복하고, 햇볕정책으로 남북 형제간의 화해와 금강산 관광을 이끌어 낸 것 하며, 그 뒤 노후보가 대권을 계승하여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신장시키는 데 노력하여, 그 무렵 국제적으로 한국씨의 체면이 조금 섰다고 말한다. 그 후 건설회사 사장출신인 이후보가 경제를 살리겠다며 대권 쟁취에 성공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며 말을 아낀다.

한국씨는 12월 대권계승대회를 앞두고, 앞으로 전개될 치열한 경쟁에 대하여 우려를 표한다. 특히 검증을 핑계로 실체가 없는 유언비어를 유포하여 백성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행위는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낡은 정치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유권자들이 보다 높은 관심을 가지고 좋은 후보를 선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행정학박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