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의 발달로 인간 수명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에 현대 의학이 들어온 지 100년이 넘었지만, 1960∼1970년대까지 의학의 발전이 거의 정체돼 있어 대부분의 국민이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받지 못했다. 광복과 6·25를 거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의료시스템이 도입되고 선교사 등을 통한 의료수준이 높아지면서 일반 국민도 조금씩 현대 의학의 혜택을 입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에게 실질적인 혜택은 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유능한 인재들이 의료계에 유입되고, 선진국의 의료시스템과 발전된 의료기술이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 한국의 의료는 발전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시작한 의료보험은 1980년대 후반부터 전 국민 의료보험의 실시로 거의 대부분의 국민이 현대 의학의 이용과 접근성이 쉬워지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 의료 혜택을 받아 국민들의 건강수명 및 평균수명이 30년 사이 20년 이상 길어졌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많은 세계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정도에까지 도달했다. 현대 의료는 하루가 다르게 상상을 초월해 발전하고 있으며, 이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의료인의 지속적인 양성과 지원이 필수적이고 최첨단 의료장비 시설에 대한 끝없는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의료계에 몸담고 의료계를 이끌어가는 한 사람으로서 한국 의료의 장래에 대해서 걱정이 앞선다.

첫째로 현재 우리나라는 의학의 계속적인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기초 의학의 연구와 발전, 투자에 대해 정부 및 일반국민들의 무관심이 크다. 이로 인해 기초의학의 발전이 임상의학의 발전으로 이어져야 되는데 매우 걱정스럽다.

둘째로 현대의료의 특징은 상상을 못할 정도의 많은 투자가 필요한 데 국가적·사회적 이해 부족으로 거의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미래를 위한 재투자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셋째로 국민들의 의료 이용 패턴이 대형병원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어 1차, 2차, 3차 의료기관의 균형적이고 체계적인 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기형적으로 대형병원에 집중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넷째로 의료는 수도권 중심이 심화돼 유능한 의료 인력과 시설 불균형이 심각하다.

다섯째, 정책을 만드는 정치권 및 관료들의 의료에 대한 인식과 이해부족으로, 의료를 크게 후퇴시킨 많은 정책들이 제안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선거공약으로 무상의료 등 국가가 감당할 수 없고, 향후 고령화 사회에 큰 부담이 되는 정책을 발표하는 것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커다란 우려를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수가는 미국의 10분의 1정도, 일본의 5분의 1정도에 불과하지만 전 국민이 최고의 의료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로 인해 향후 의료에 대한 재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는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

한번 잘못된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발생되는 문제의 단적인 예를 들어보겠다. 일부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 및 무료 진료가 시작되면서, 예전엔 외래진료로도 충분했던 환자들까지 입원환자로 전환됨으로써 의료자원의 낭비가 극도로 심해지고 있다. 이렇듯 필요한 경우 적정한 치료를 받아야함이 당연하지만 끝없이 낭비되는 의료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은 국가에 막대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무상의료는 의료의 수직적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며, 결국에는 많은 서민들이 제대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행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에덴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