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30대 초반의 회사원 김씨는 내일 회사 갈 생각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단순히 직장인의 월요병 때문이 아니다. 10여 년 이상 건선을 앓아온 그의 팔, 다리 위에 동전 모양의 붉은 발진이 생기고, 그 위로 두껍게 쌓인 각질 때문에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스트레스 정도가 상당하다. 대기업 홍보팀에 근무하고 있는 김씨는 업무의 특성상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하지만 김씨의 팔, 다리, 얼굴과 같이 눈에 잘 띄는 곳에 증상이 나타나 대인관계에 있어서 자신감을 상실하고 점점 위축되어 갔다.

건선이 가장 잘 생기게 되는 연령층은 10∼30대이다. 이때에는 한창 공부 중이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때문에 이 시기에 건선이 생기게 되면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도 함께 짊어져야 한다.

건선은 단순한 피부병이 아니라 면역계의 과잉 반응으로 생기는 면역질환으로, 평생을 치료해야 하는 난치성의 만성 질환이다. 다른 피부질환과 다르게 온몸에 건선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김씨와 같이 대인관계는 물론 사회생활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는 까다로운 질환이다. 국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건선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삶의 질이 일반인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났으며, 특히 사회생활과 관련한 삶의 질이 낮다고 한다. 또한 건선은 당뇨, 암 또는 심혈관계 질환보다 환자들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일반적으로 건선 치료 방법으로는 약을 바르는 국소치료법, 광선을 쪼이는 광치료법, 약을 먹는 전신치료법과 약을 복용하고 광치료를 함께 진행하는 복합치료 등이 있다. 최근에는 면역 반응을 조절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개선하는 생물학적제제의 등장으로 건선 치료에 있어서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생물학적제제는 국내외의 다양한 임상을 통해, 기존의 치료제로 증상 개선이 되지 않거나 부작용이 생겨 치료를 중단한 환자들에게서도 좋은 치료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건선용 치료제로 개발된 생물학적제제가 출시되었다. 이번에 나온 건선치료용 생물학적제제는 인터루킨이라는 건선의 핵심 타깃에 작용하는 최초의 치료제로 가장 뛰어난 치료효과를 보여준다. 특히 초기 두 번의 투여 후에 3개월에 한 번씩 내원하여 피하주사를 맞으면 되기 때문에 일상 생활의 불편을 덜어주고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장기간 투여 시의 안전성 역시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의학계는 물론 환자들까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건선 환자들의 치료 선택권이 넓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질환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절실한 시점이다. 건선은 전염되지도 않고, 비위생적인 생활습관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건선 환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사회로부터 소외된다는 심리적 불안감이다. 건선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여 당당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설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전남대병원 피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