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빛깔의 오색단풍으로 물든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점점 기온도 뚝 떨어져 한낮에도 따뜻한 난방기구가 없으면 추위를 느끼는 요즘.

갈수록 추워지는 날씨에 최근 방송을 통해 중증장애인들이 혼자 있는 동안 화재로 인해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연이어 전해 듣고는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그리고 본 기관 회원들 중 혼자 살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이 생각났다.

1급 뇌병변여성장애인 -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원인모를 질환의 발병으로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굳어져 지금은 입을 통해 말하는 것 외에는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고, 고개를 돌릴 수도, 몸을 뒤척일 수 없어 고정되어 잠을 자는 등 매일 곁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이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정부에서 지원하는 활동보조인 외에 야간, 주말에 필요한 인력을 본인의 자부담을 들여 도움을 받고 있다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고 한숨짓는다.

1급 지체장애인 - 20대 초반에 교통사고로 경추를 다쳐 목 아래로는 꼼짝할 수없는 숟가락조차도 타인에게 의지해 식사지원을 받고, 신변처리, 가사 등의 일상생활지원이 필요하다.(활동보조인이 지원되는 시간에는 식사제공을 받지만 활동보조인이 지원되지않는 날은 하루종일 굶는 것은 물론이고 신변처리 등의 일상생활의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

1급 지적장애인 - 혼자서는 자기신변보호나 일상생활이 힘든 발달장애인.

이러듯 수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자기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현실에 정부에서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몸에 등급을 매겨가면서 등급에 따라 서비스를 제한하거나 활동보조 상한제를 두고, 또 엄연히 국가책임인데도 사회적 안전망 없이 가족에게 부양의 의무를 떠넘기는 부양의무제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

중증장애인에게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24시간의 활동보조인 지원이 안 되어 집에 불이 나 혼자서는 꼼짝할 수 없어 화염 속에서 숨진 비극을 경험했다.

누군가의 지원 없이는 혼자서 활동이 어려워서 필요한 사람에게 24시간 보장되었더라면 이 같은 참변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인데….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을 되풀이할 것인가?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으려면 장애등급제가 폐지되어야 하고 부양의무제도 폐지 반드시 되어야 한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는 2011년 10월 활동지원제도가 본격 시행된 이후 장애인활동지원에 대해 ‘장애등급제를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의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라고 줄기차게 법개정을 요구해오고 있었다.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은 신체적· 정신적 장애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제공하는 활동지원급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2011. 1. 4 제정〉

이제 12월 대선이 머지않았다. 대선주자들 서로 경쟁하듯 복지정책을 발표하고 복지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다.

순간의 인기영합주의와 실속없는 공약에 국민들은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이 절실히 원하고 국민을 위한 진실되고 실천가능한 공약들로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애로 인해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여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중증장애인들은 바로 이러한 기본적인 삶이 박탈당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활동보조인은 어떤 부가적인 복지서비스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본권임을 대선주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사)광주장애인가족복지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