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곤 교수가 지은 ‘NQ로 살아라’를 보면 ‘NQ 18계명’이 나온다. 그 중 제1계명이 “꺼진 불도 다시 보자”이다. 지금은 힘없는 사람이라고 우습게 보지 마라는 것이다. 나중에 큰 코 다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세상은 꺼진 불이 다시 살아날 때 환호한다. 그리고 꺼진 불이 다시 살아날 때는 위험하다. 국보 1호인 남대문이 전소된 것도 꺼진 줄 알았던 불씨가 살아난 탓이다. 우리의 삶도 어찌 보면 비슷하다.

얼마 전 조찬 연수회에 참석했는데 연사로 나왔던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한 말이 인상 깊다. 자신이 장관으로 발탁됐을 때 관가에 도는 소문이 “꺼진 불도 다시 보자”였다고 한다. 2002년 마늘 파동 때 차관직에서 물러난 후 9년째, 거의 잊혀진 이름이었던 그가 장관으로 깜짝 등장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취임 직후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예수님 이래 가장 놀라운 부활”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세시봉으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김세환씨는 이렇게 말한다. “주변 사람들이 내가 속한 세시봉에 대해 꺼진 불도 다시 보자고 말하는데 우리가 언제 꺼진 적이 있었나 싶다”라고 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20세기 위대한 리더로 칭송받고 있는 처칠도 한때 “꺼진 불” 신세였다. 처칠은 66세에 전시내각의 총리로 임명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사람이긴 했지만 영웅은 아니었다. 1929년부터 1939년까지 약 10년 동안 뚜렷한 직책도 없이 정계에서 완전히 따돌림을 당한 상태로 살아갔다. 돈도 없고 정치적 동지나 지역적 기반도 없었으며 주위와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

더구나 66세이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엔 너무 나이가 많다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그를 기억했던 사람들은 “처칠의 정치적 인생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었다. 자신도 그리 말했지만 많은 역사가들은 그에게는 그 시기가 ‘광야의 시대(wilderness years)’였다고 말한다. 총리가 됐을 때도 적지 않은 수의 의원들은 ‘처칠은 들러리일 뿐, 몇 개월만 지나면 곧 물러날 것’으로 생각했다.

오랫동안 ‘광야’에 있다가 자기 실현의 목표를 달성한 경우를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크든 작든 자신의 비전을 세우고 끊임없이 이를 전파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처칠은 무직생활 10년간 전쟁광이란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히틀러의 야욕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서규용 장관이나 세시봉 멤버들도 자신의 분야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끈기 있게 비전을 추구했기에 기회가 온 것이다. 리더가 역경에 굴하지 않고 비전을 지켰을 경우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로널드 레이건은 비전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비전을 갖고 추구하는 것은 성공적인 리더십의 핵심이다. 나는 영화 세트장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서나 그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광주대 산학협력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