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의 유머 중에 ‘5대 억지 주장’이 있다. 그 중에 ‘청남대’를 대학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렇다지만, ‘으악새’가 새라고 하고 ‘몽고반점’을 중국집이라고 우기는 것이 포함된 것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으악새 슬피 우니∼’로 시작하는 친숙한 노래 속의 ‘으악새’는 억새의 사투리로, 바람이 억새풀에 스치는 소리를 비유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백로의 사투리가 ‘왁새’이고, 노래의 2절도 ‘뜸북새 슬피 우니∼’로 시작하는 걸 고려하면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 특히나 양귀자의 소설 ‘원미동 사람들’의 으악새 할아버지는 ‘으악’하는 괴로운 소리를 질러대서 붙은 별명인데 말이다.

또한 ‘백조는 하얀색’이라는 명징(明澄)해 보이는 결론도 검은 백조가 발견됨으로써 오류임이 증명된 바 있다. 그런데 중국집을 가리키는 ‘반점(飯店)’ 앞의 상호로 ‘몽고’가 붙어서는 안 되고, 어릴 때 나타나는 푸른색 반점인 ‘몽고반점(蒙古斑點)’으로만 생각을 고정시켜야 되는가 싶다.

프레임(Frame)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으로, 사소한 일이든 거대한 일이든 어떤 이슈를 담아내며 그 이슈의 정의까지 규정하게 된다. 그런데 고착된 프레임, 이른바 고정관념은 갇힌 사고의 틀 안에서 상황을 바라보게 만들며, 자신이 가진 정보만으로 상황을 특정 이미지에 짜 맞추는 오류를 낳을 수도 있다.

최근 들어 ‘차이가 곧 가치(The difference is the value)’라는 말이 강조되고 있다. 예전 산업화 시대의 프레임은 ‘부지런함’이었지만, 지식경제 시대에는 ‘전문성’이 그 자리를 차지하였다. 이제 창조경제 시대의 프레임이 ‘창의성’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게리 해멀이 ‘꿀벌과 게릴라’에서 예견하였듯이, 성실한 꿀벌의 능력은 도태되고 창의적인 게릴라가 성공하는 시대가 21세기이다.

가수 싸이야말로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다. 흔히 싸이의 성공 비결은 확 빠져드는 뮤직비디오의 재미, 따라하기 쉽고 코믹한 춤과 경쾌한 멜로디, 그리고 이를 대중에 알린 SNS의 힘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싸이는 가요계 진입 당시부터 ‘새’라는 독특한 노래로 차별화된 퍼포먼스를 보여준 가수였다. 또한 그 배경에는 대를 이을 사업가로 만들려는 아버지와의 엇나가기가 감추어져 있었다.

“부모님이 나를 부르는 애칭이 ‘무식한 놈’이다”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싸이의 내면에는 기존 질서를 새롭게 바라보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노력이 있었다. 성공한 기업가를 바라는 부모의 기대를 버리고, 기존 아이돌과는 차별화된 자신의 길을 걸어온 데서 싸이를 ‘창의적인 게릴라’로 보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애플의 공동 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도 자서전 ‘아이워즈(iWOZ)’에서 “새로운 멋진 것을 만들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이 설정해 놓은 인위적인 틀에서 벗어나 그레이 스케일(흰색과 검정색 사이에 있는 회색 영역) 세상에 살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5대 억지 주장이 뭐냐는 유머의 정답을 맞히는 암기형 스킬(skill)도 필요하지만, 정답에 의문을 제기하고 창조적 파괴를 꿈꾸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유머의 웃음이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현실 비판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유머의 질문 자체가 자기만의 틀에 갇힌 현실을 멋지게 비판하는 알레고리일 수도 있겠지만.

〈광주광역시교육청 장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