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쯔가무시병은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균(Orientia tsutsugamushi)에 감염되어 걸리는 병이다. 이 병은 들쥐에 기생하는 진드기의 유충이 덤불에 숨어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 옷에 붙은 뒤 피부를 물어서 전염되는 질환이다. 그래서 진드기 티푸스, 덤불티푸스로 불리기도 한다. 일본어로 털진드기를 뜻하는 쯔쯔가무시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 일본의 풍토병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1951년 한국전쟁 중 임진강에 주둔 중인 영국군 부대에서 2명의 병사가 쯔쯔가무시병 환자가 처음 보고되었다. 외부 활동이 많은 40∼80대의 환자가 많으며, 9월부터 발생하기 시작하여 11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그 이유는 이 시기가 병원균의 매개체인 진드기 유충의 수가 증가하는 시기이며 추수, 등산, 벌초 등의 야외활동이 활발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진드기에 물린 후 1∼2주간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 오한, 근육통, 두통, 복통, 구토, 설사 등이 발생하며 심한 경우는 의식 저하, 경련, 호흡부전이 발생하기도 한다. 발병 2∼6일경에 가려움증이 없는 붉은 반점이 얼굴, 몸통에서 발생하여 점차 팔다리로 번지는 양상으로 진행된다. 진드기에 물린 자리는 붉게 부풀어 오르다가 물집처럼 잡힌 뒤 검붉은 색의 가피(딱지)가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까만색으로 마른 딱지가 자리 잡게 되는데, 이것이 쯔쯔가무시병 환자의 약 50∼80%에서 발견되므로 가장 특징적이고 진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딱지는 통증이 없으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느 곳에서든지 나타날 수 있어 환자 자신이 볼 수 없는 등이나 겨드랑이 머릿속 사타구니 등에 있는 경우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따라서 쯔쯔가무시병이 의심되는 환자는 진료실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샅샅이 뒤져야 한다.

쯔쯔가무시병의 확진은 혈액검사로 쯔쯔가무시 항체를 확인하는 것이며 대개 신증후출혈열과 렙토스피라 검사와 동시에 실시한다. 쯔쯔가무시병에 걸렸어도 첫 항체검사에서 음성의 결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으니 이 경우 항체검사를 다시 하기도 한다.

병원에 방문하였을 때 혈액검사와 흉부 방사선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나 혈소판 감소증 또는 간기능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간혹 간기능 이상이 있다고 하여 원인을 찾다가 쯔쯔가무시병으로 진단하는 경우도 있다.

치료는 쯔쯔가무시병으로 의심되는 경우 테트라사이클린, 독시사이클린, 아지쓰로마이신 등의 항생제를 투여하면 2∼3일 내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며 대부분 1주일 내로 증상이 거의 소실된다. 그러나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 2주 이상 발열 및 근육통으로 고생하게 되며 뇌수막염, 난청, 이명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검은 딱지나 붉은 반점이 나타나지 않거나 쯔쯔가무시가 유행하는 시기가 아닐 때 발병한 경우는 감기 등으로 오인하기 쉽고 적절한 치료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빨리 진단하면 항생제 투여로 비교적 어렵지 않게 치료할 수 있으나 치료시기가 늦어질수록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에서 합병증의 발생이나 사망률이 높다.

쯔쯔가무시병을 예방하는 백신은 없으며, 병이 완치된 뒤에도 진드기에 다시 물려 재발병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진드기 유충에 물리지 않는 것이 가장 최선의 예방법이다. 쯔쯔가무시병 유행 시기에 추수 등 야외활동을 할 때는 옷이나 몸에 진드기 기피제를 뿌리고 긴 옷을 입고 귀가 후 몸을 잘 씻는 것이 중요하다.



〈광주병원 내과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