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비결은 조선조 말, 평안남도에 사는 어느 노인이 산림에 은거하면서 천문 지리와 주역을 연구하여, 1890년대 말부터 2017년까지 약 120년간의 국가중대사를 기술한 예언서이다. 내용을 보면 대개의 예언서가 그렇듯이 은유적 표현과 파자(破字)를 뒤섞어 서술함으로서, 읽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문장에 담긴 뜻을 제대로 풀이하려면 지은이에 버금가는 예지력이 요구되는 책이다. 그러나 과거의 사건이나 눈앞의 일을 문장에 대입하는 일은 어느 정도 한자만 알면 누구나 가능하다.

며칠 전 책장을 정리하다 오랜 책들 사이에서 송하비결 한권을 발견했다. 10여 년 전에 입수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마침 대선이 눈앞이라 이에 대한 예언이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2012년을 찾아봤다. ‘흑룡지세(黑龍之歲) 태평지중(太平之中) 청악우옥 (靑岳于屋) 대인의피(大人宜避) 군왕가려(君王可慮)’라고 되어 있다. 해설을 보니 ‘2012년(임진년·흑룡띠)에는 세상이 태평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사람이 죽으니 대인은 마땅히 피하지만 군왕은 염려가 된다’라고 했다. 청악우옥의 옥(屋)자를 파자하여 죽음시(尸)와 이를지(至)로 풀어 쓴 것이었다.

필자는 이 방면에 문외한이지만 잘못된 해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글자 그대로 해석하여 ‘청와대에서 집(屋)으로 인해 탄식(于)하니 대인은 마땅히 피하지만 군왕은 염려가 된다’ 라고 해석해야 옳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올해 말썽이 되어 특검까지 한 내곡동 사저(屋)부지 사건과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예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대선과 관련해서는 어떤 예언이 있을까? 2011년부터 살펴봤다. ‘백토이후(白兎以後) 목화지간(木火之間) 문창무곡(文昌武曲) 귀복이성(貴福二星) 간방회조(艮方會照) 오육강성(五六强盛)’이라고 되어 있다. 해설을 보니 ‘2011년(신묘년)이후에는 동남쪽에서 문창성(문운을 관장)과 무곡성(재운을 관장), 즉 귀성(貴星)과 복성(福星) 두 별이 우리나라(艮方)로 모여드니 30년(五六)동안 강성하리라’ 라고 했다.

필자가 보기엔 이 부분이 대선을 예언한 것인데 잘못된 해설로 생각되었다. 따라서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면, ‘동남쪽의 문창성과 무곡성, 즉 귀성과 복성 두별이 간방(동북방으로 우리나라를 지칭)에 모여(會) 서로 비추니(照) 오륙 명(후보) 중 강성하다’라고 풀이된다.

이어서 ‘염화난세(炎火難世) 장수괴절(將帥魁折) 풍패불연(豊沛不然) 공전멸병(空錢滅兵) 기중서악(其中庶握) 수화지간(水火之間) 수출서물(首出庶物) 만국성인(萬國聖人)’이라 했는데, 이 부분 역시 글자 그대로 해석을 하면 ‘전화의 시기(치열한 선거전을 의미)에 장수가 적장을 꺾으니 한나라의 유방(풍패는 유방의 고향 이름으로 유방과 같은 영웅을 지칭)과 같은 영웅은 아니라도 돈도 없고 병력(조직)도 없는 자가 그 가운데서 서민을 지지(장악)를 받으며, 수화지간(2013년·취임)에 지도자가 서민(庶物)에서 나오며 만국의 성인이 된다’라고 풀이할 수 있다. 즉 이번 대선 지도자는 걸출한 인물은 아니라도 서민의 지지를 받는 자가, 서민들 가운데서 나타나 만국성인이 된다는 뜻이다.

이제 대선이 며칠 남지 않았다. 필자의 해석이 엉터리일 수도 있고, 송하비결을 믿지도 않지만 과거의 일들을 적중했다는 기록을 보면서 이번에도 과연 적중할지, 그렇다면 여기에서 비유한 문창성과 무곡성은 누구이며, 서민의 지지를 받는 만국성인은 누가 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