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이란 재해나 각종 사고 따위가 일어날 경우의 경제적 손해에 대비하여, 공통된 사고의 위협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미리 돈을 적립해 두었다가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일정 금액을 주어 손해를 보상하는 제도라고 사전적으로 정의된다.

즉 각각의 개인들이 거대한 집단을 형성해 그 가운데 1명이 사망하거나 신체적 부상 혹은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에 그 수취인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동안에 부딪히는 예기치 못한 위험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경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해 왔고, 잘 발달된 보험제도는 저축과 투자의 주요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불의의 사고로 삶이 곤경에 처한 이들에게 천사 같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보험제도가 범죄자의 눈에는 일확천금의 완벽한(?) 범죄수단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범죄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보험금을 노리고 보험가입자를 살해하는 범죄, 즉 보험살인이다.

보험계약법은 고의에 의한 보험사고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피보험자를 살해하고 보험금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 끝에 그야말로 우연한 사고를 가장한 살인을 계획하게 된다. 이 때문에 보험살인은 주로 가족관계 내에서 발생한다. 차량을 운전하고 가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동승자가 사망하였다는 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범죄경제학적 관점에서 범죄자는 시간과 자원의 주어진 제약 속에서 자기의 효용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는 합리적인 인간이라고 가정된다. 한건의 범행을 통해 기대되는 수익은 크고, 반대로 적발되어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다면 당연히 범죄자는 그러한 범행을 계획하게 될 것이다.

현행 보험상품 중에 일부 특약상품이 그러한 범죄 유인의 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음을 부검 사례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휴일 사망시 계약금액의 10배 혹은 그 이상을 지급해 주는 특약상품이 그것이다. 휴일이면 평일보다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나게 마련이고 사고를 조사할 인력은 평소보다 적으며,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실 또한 휴무 상태에 있게 된다. 범죄의 성공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보험살인은 대부분 자신의 가족을 범행 대상으로 한다. 사망 보험의 수취인이 가족이 아니라면 더 큰 의심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치밀한 계획 아래 자행된 고의 교통사고를 조사하면서 사고 원인에 있어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하였다 하더라도 고의사고로 판단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면 장례일정을 미루게 하기가 곤란해진다. 부검을 위한 영장청구를 결심하기도 어렵고, 아내와 사별한 남편에게 당신이 처를 살해한 것 같으니 조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꺼내기는 더욱 어렵다.

보험살인은 반인륜적 범죄행위의 가장 극단적인 유형으로서 가족관계를 파괴하고 사회윤리와 가치관을 붕괴시키는 중대한 범죄이다. 단호한 사회적 대처와 예방을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

〈조선대학교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